미국인들의 크리스마스 사랑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11월 말의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크리스마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합니다. 동네 입구부터 우선 집안 곳곳을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꾸미기 시작합니다. 마트들도 일제히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선물포장, 아이들의 장난감 등으로 진열이 시작됩니다. 그 화려함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들도 빨강, 초록, 흰색의 크리스마스 컨셉의 옷들을 하나 이상은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토토로네는 이번이 미국에서 보내는 2번째 크리스마스입니다. 작년에는 겨울 방학 전 아이 둘의 학교 행사들을 처음 다니고 난 후 맞이한 터라, 정신 없이 어떻게 보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부임했던 남편회사 상사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주고 간 큰 트리를 꾸밀 장식들을 사러 코스코나 월마트를 돌아다녔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니 집집마다 집 앞 마당에 예쁘게 전구들로 장식을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들을 본 아이들이 난리입니다. 우리집도 하자고! 그런데 그땐 엄두도 나지 않았었고, 사실 어떻게 꾸밀 것인지도 몰라서 내년에 하자고 약속을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 내년이 벌써 다가와버렸습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입수한 것에 의하면,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을 정말 싼 값에 떨이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부랴부랴 마트들을 순방하면서 헐값에 2상자 가득 전구들을 사두었더랬습니다.
자, 아이들에게 큰 소리 쳤던 토토로네 아빠, 12월 초부터 미리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집 앞에 전구들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 우선 현관 문 옆에 위치한 코드까지 연결할 전선들을 구입하고, 자동으로 시간대에 맞추어서 켜지고 꺼지는 타이머를 구입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타이머가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처음 알았네요! on으로 해놓고 2시간, 4시간, 6시간, 8시간, 10시간으로 시간대에 맞추어서 돌려놓으면 초저녁이 되면 자동으로 점등이 되고, 맞추어 둔 시간이 끝나면 저절로 꺼집니다. 참 좋기도 좋지만 구입할게 많기도 하네요. 그리고 나서는 차고에 놓여있던 사다리를 처음 꺼내봅니다. 저는 위험하다고! 그냥 키 높이에서 나무 기둥을 전구로 감으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토토로네 아빠는 하는 김에 멋지게 위에까지 감아보자는 것입니다. 저는 행여 떨어질까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사다리 다리를 붙잡고 있고, 토토로네 아빠는 큰 소리친 것과 달리 후덜덜거리며 사다리를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아빠 화이팅!"을 외칩니다. 나무 기둥에 전구를 감는 것도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겨우겨우 나무 기둥에 전구를 감았는데, 감고 보니 별로 남는 전구가 없습니다. 생각보다 나무 기둥에 전구들이 많이 들어가버렸습니다. 남은 전구들은 집 둘레로 조금씩만 둘렀습니다. 짠~~점등식을 거행합니다. 아이들이 박수치며 좋아합니다. 토토로네 아빠도 흐뭇해합니다.
그.러.나.
다음날, 얼마 전 이사온 옆집 노부부네 집 앞마당 장식이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장식을 해주러 오는 출장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새 전구인 듯 합니다. 그 눈부심에 토토로네 집 장식은 하루아침에 초라해져 버렸습니다. 토토로네 아빠,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또 전구 사러 간답니다. 내년에는 더 화려하게 하겠답니다. 아니, 장식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자제시키고 있습니다. ^^;; (지금 이순간도 다음달 전기세 걱정을 하고 있는 주부 1인입니다)
집집마다의 장식들에 눈이 즐거운 요즘입니다. 일루미네이션을 구경하러 일부러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동네구경을 나가보기도 합니다. 장식이 돈 아깝다고 생각했었지만, 토토로네 아빠의 수고와 아이들의 환호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합쳐져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더 훈훈할 것 같습니다. 베이비트리 독자님들도 잠시나마 눈이 즐거우셨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