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우리 집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성 질환 ‘수두’의 습격 때문이다. 수두, 요즘엔 흔하게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올 겨울맞이를 ‘수두’로 빡세게 했다. 나름 선택을 받은 것! 사실 지금껏 ‘수두’를 우리 집과 먼 얘기로만 여기고 살았다. 세 아이 모두 돌 무렵 일찌감치 예방접종을 했는데, 설마…? 하고 마음 놓고 있었다. (오판이었다!) 예방접종을 하면 해당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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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우리 아이가 수두에 걸렸을 때 주위의 반응은 이랬다. “수두 예방접종 안했어?”라고 반문하거나, “제때 했어야지” 하는 충고 혹은 타박. 그때마다 “아니, 안 할리가 있어?”라고 대꾸했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 -; (그리고, 수두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수두의 경우 예방접종을 받은 아이들 대부분(70~80%)는 걸리지 않지만, 예방접종을 해도 수두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단, 예방접종을 하면 수두의 증상이 약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수두 감염 증상은 9살 큰아이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한달 전쯤인 지난달 4일(월)이다. 나는 당시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리는 회사의 1박2일 ‘휴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앞서 주말부터 큰딸 수아한테서 조짐-자그마한 붉은 점-이 조금씩 나타나기는 했었지만, 나도 남편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워낙 아토피를 달고 사는데다, 종종 음식 알러지 증상이 붉은 점으로 나타났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하지만 다른 때와 달리 붉은 점이 월요일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았고, 가려움도 점점 더 심해졌다.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애아빠는 퇴근 후 큰딸 수아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수아한테 ‘수두’ 확진 판정을 내렸다. 
 
“수아, 수두라네. 다 나을 때까지 격리치료 해야 한대. 집에서 봐야 한다는데, 어쩌지?”
“언제까지? 큰일이네. 누가 돌보냐고….”
 
남편의 한숨이 전화선을 타고 넘어왔다. 나 역시 깝깝하긴 마찬가지였다. 수두는 잠복기가 2~3주 되는데다 전염성이 강해 격리치료가 필수적이다. 맞벌이 부부한테 ‘아이를 집에서 봐야 한다’는 건 날벼락이나 다름 없다. ‘당장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 그렇다고 남편과 내가 돌아가면서 휴가를 일주일 내내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붉은 점에서 수포(물집)로 옮겨가고, 딱지가 생기고 그 딱지가 다 떼어질 때까지 꼬박 격리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2주일이 될지도 모른단다. 의사는 “딱지가 다 떨어진 뒤 완치 소견서를 받아야 학교에 갈 수 있다”고 단단히 일렀다.
 
인근에 있는 시댁에 큰아이를 출퇴근시키기로 했다. 선택지가 없었다. 말이 출퇴근이지,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과를 반복해야 한다. 수아는 “할머니댁에 가는 것보다 집에 있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아홉살 여자아이를 하루종일 집에 홀로 둔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시간은 빨리도 흘렀다. 수아는 수두 증상을 잘 이겨냈다. 드디어 11월 14일 수아는 수두 완치 판정을 받았고, 15일(금) 오랜만에 등교했다. “평소 학교 가기 싫다”던 수아도 오랫만에 학교에 가는 것이라 그런지, 들뜬 기색이 완연했다.
 

“그래, 학교가 재밌지? 친구들도 만나고... ㅎㅎ”
 “어. 맞아. 그 사이 진도가 많이 나갔어.”

   “큰일이네. 조금씩 엄마랑 공부해보자.”
  
수아가 학교생활에 다시 재미를 붙이게 된 건 수두 덕분이다.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걱정은 남은 두 아이들까지 감염이 되었냐 하는 여부였다. 격리치료를 했다지만, 집안에서는 격리치료가 전혀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아가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조짐이 나타나지 않아 안도할 즈음,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수아가 학교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16일(토) 저녁 무렵부터 둘째 아란, 셋째 두나 몸에서 동시에 붉은 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두 아이 모두 수두에 감염된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사이 잠복기여서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뿐이다. 두 아이는 23일(월)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를 어쩐담?’
 

  “그나마 위안을 삼는 건 두 아이한테서 동시다발적으로 수두 증상이 나타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친정 엄마한테 부탁할께.”
 

  상심하는 남편을 나는 이렇게 위로했다. 졸지에 친정어머니는 일요일 저녁 수원에서 서울로 호출(?)되셨다. 평소 수영장을 다니며, 아줌마들과 어울리셨던 어머니는 마지 못해 상경했다. “어린 애들 둘이나 시댁에 보낼 수도 없고, 무엇보다 막내 두나 때문에…”라고 엄마를 설득한 덕분이다. 어머니는 꼬박 일주일 내내 두 아이들을 돌보셨다. 미안한 나는 국과 찌개, 아이들 먹을 밑반찬을 준비해 대령했다. 그럼에도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엄마한테는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막내 두나는 요즘 배변훈련이 한창이라 수시로 변기에 앉혀줘야 했다! 엄마는 “왜, 하필이면…”이란 말을 우리집에 있는 내내 달고 계셨다.


엄마 말로는, 둘이 놀 때는 학교놀이, 병원놀이, 엄마아빠놀이, 시장놀이 등 다양한 역할 훈련도 하고, 피아노도 치면서 노는데 싸울 때는 서로 울고불고 때리면서 싸운다고 한다. 무엇보다 집안을 조금이라도 치워놓으면 또다시 집안을 난장판을 만드는 게 고역이라고 전했다. (나를 비롯해 우리 식구들을 모두 정리와 청소에 약하다!) 아이들이 어지른 장난감과 책을 치우느라,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때가 없었다고 하셨다.^^; 하긴 하루 세번 꼬박 밥과 약을 챙겨먹이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거다.

 

두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두 증상이 약하게 왔다. 수두 물집이 10개도 채 되지 않았고, 모두 일주일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둘다 11월25일(월)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등원했다. 어머님은 금요일 저녁 수원 집으로 돌아가셨다. 어쨌거나 11월 한달은 수두 때문에 정신없는 한달이었다. 겨울이 오기 전, 이웃가족들과 함께 가려 했던 여행 역시 우리 때문에 물거품되었음은 물론이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없었으면 어디에 도움을 청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여튼 세 아이들 모두 큰 탈 없이 수두를 앓아 다행이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요즘 수두가 많이 돈다고 한다. 초겨울에서 봄 사이에 보통 나타나기 때문이란다. 바이러스 질환이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아네 학교에서도 수아보다 먼저 2명이 수두 판정을 받았고, 최근에도 수아네 반에서는 한 아이가 수두 때문에 결석 중이라고 한다. 수두에 걸렸을 때 주의할 점은, 가려움을 견디다 못한 아이들이 딱지를 억지로 떼는 일이다. 억지로 떼면 흉터가 평생 남을 수 있다. 수아도 이마 중간에 커다란 흉터가 ‘훈장’처럼 남았다. 쩝~

11월 28일 목요일, 함께 여행 가기로 했던 이웃 4집을 집에 초청해, 조촐한 삼겹살 파티를 했다. 함께 가기로 한 여행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또 미안한 마음을 삼겹살에 담아 전했다... 이웃들은 “이거 수두 한 번 더 걸려야 하는 거 아냐?”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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