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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인성 사이, 유치원 선택 기준은?

베이비트리 2013.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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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2일 오후 경기도 장흥의 아름솔유치원 아이들이 숲유치원 앞뜰에 마련된 모래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다. 자녀가 숲을 만끽하며 자연과 더불어 크길 바라는 부모들에게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숲유치원이 인기다.

[함께하는 교육] 특화유치원의 안과 밖

자녀가 만 세살이 되면 부모들은 ‘유치원 선택’을 고심한다. 유치원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선배 학부모’들의 경험담을 찾아 나선다. 최근에는 숲유치원이나 발도르프 교육기관처럼 외국의 선진교육을 도입해 운영하는 곳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선택의 기준은 원래 ‘집과의 통학거리’였다. 그러나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유치원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부모들의 욕구는 유치원 선택의 기준을 ‘남다른 교육철학’이나 ‘남보다 앞서는 경쟁력 양성’ 여부로 바꾸어 놓았다. 영어 조기교육을 내세운 영어유치원과 몬테소리, 프뢰벨, 레지오 에밀리아, 발도르프 등 서구의 교육이론에 기초한 유치원 등 다양하게 특화된 유아교육기관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의 누리집에는 발도르프 영ㆍ유아교육기관이 70여곳으로 집계되어 있지만, 실제 누리집에 등록되지 않은 기관도 많다. 최근에는 숲유치원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숲유치원협회’에 등록된 어린이집과 유치원만 해도 전국 800곳에 이른다.

 도심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숲이 곧 교실’이라는 숲유치원과 유아숲체험원에서 자녀들의 정서적 결핍을 채워줄 대안을 찾는다. 자유롭게 숲을 뛰어다니며 사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숲교육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감성 발달도 돕는다. 숲유치원을 선택하는 학부모들에게 도심을 벗어날 만큼 먼 통학거리는 그만큼 숲과 가까운 ‘자연친화적’ 환경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만 5살과 7살 자녀를 모두 숲유치원에 보낸 전남 목포의 문정미씨는 “둘째 아이는 성격이 소심해서 ‘껌딱지’처럼 엄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는데 숲유치원의 자유롭고 활동적인 분위기 덕에 활달하고 대범해졌다”며 “숲 유치원은 대개 도심 밖에 있지만 운 좋게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숲유치원은 바로 이웃한 집이었고, 숲체험장에는 버스로 이동하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숲의 교육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도심에서 숲을 만날 수 있는 유아숲체험장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용산구 응봉공원과 강서구 우장공원, 관악구 관악산공원 등에서 숲체험장을 만날 수 있다.

발도르프처럼 외국의 교육철학을 도입한 교육기관은 이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움만으로도 부모들의 관심을 끈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교육철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가 만든 발도르프 교육은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교구 대신 솔방울과 나무토막, 돌멩이 등의 자연물과 천연소재 헝겊 등으로 놀이를 한다. 7세 이전에는 한글이나 숫자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발도르프 교육기관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는 경기 과천의 장동민 씨(가명ㆍ40)는 “하루 일과를 노래로 시작한다거나, 시와 율동 등으로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 등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부는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100% 영어몰입수업을 내세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영미권의 교과서를 주교재로 삼고, 할로윈데이나 추수감사절과 같은 서양식 문화도 소개한다. ‘아이가 영어로 잠꼬대를 한다’는 학부모들의 경험담은 외국어에 취약했던 부모세대의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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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유치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은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일찌감치 학습의 기초를 닦아두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심한다. 숲유치원(위쪽)과 영어학원 유치부(아래쪽·<한겨레> 자료사진)의 모습.
 

더 나은 교육환경 바라는 부모들 
발도르프·프뢰벨·숲유치원 등 
교육철학 기초한 유치원들 기웃 
새로운 교육방식에 솔깃하지만 
초등 입학 후 적응에 애먹기도 
유행 좇아 간판만 바꿔단 곳 조심

교육철학이 벽이 되기도

 숲유치원과 발도르프 교육기관 등은 학습보다는 인성을 우선순위로 둔다. 경기도 장흥의 아름솔유치원 김종엽 대표는 “시골에서 논두렁을 종횡무진 오가며 컸던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의 아이들은 도심에 갇혀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며 “교육학자들이 흔히 말하길 책으로 익힌 것은 20%만 기억에 남고, 직접 경험은 70~80%가 남는다는 말처럼 숲유치원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교재 몇 페이지를 더 배우는 것보다 매일 숲을 뛰어다니며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자연의 섭리를 익힌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정하게 짜인 틀이나 교사의 주도 없이 숲에서 스스로 노는 법을 익힌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가서도 학습 조직력과 적응력이 월등하다”고 덧붙였다. 아름솔유치원 신화영 교사는 “가을이면 왜 나뭇잎의 색이 변하는지, 단풍잎은 왜 떨어지는지 등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숲에서 먼저 알고 난 후에, 그 나무의 이름은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를 알게 되면 아이들은 훨씬 더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학습 부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문정미씨는 “아이들은 무조건 뛰어놀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발도프르 교육기관에 1년 반 동안 자녀를 보내다가 일반유치원으로 옮긴 경기 분당의 이정욱씨는 “글자나 숫자 등 인지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섯 살이 되어도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은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20년간 서울과 경기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어어학원 원장 등을 지낸 안순아 육아상담가는 “의미가 통하는 수준의 한글을 쓸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이가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썻습니다, 해습니다’ 등 받침을 제대로 쓰지 못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그 의미는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선진의 외국 철학에 동의하며 교육기관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지만 때로는 그 외국철학을 ‘움직일 수 없는 벽’으로 느끼기도 한다. 이정욱 씨는 “유치원 측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보니 학부모들이 교육과정에 대한 다른 의견을 내면 ‘당신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무시하는 분위기였다”며 “학부모들끼리는 서로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막상 원장 앞에서는 솔직하게 고충을 털어놓지 못했다. 원장의 교육방침에 동조하는 사람들만 ‘생각 있는 사람’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안순아 육아상담가는 “교육철학이 부모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철학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철학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융통성을 발휘한 경우도 있다. 분당자유발도르프 이경랑 원장은 “인지교육이 필요 없다는 게 발도르프의 철학이지만 초등학교에 진학했는데 한글을 몰라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발도르프 교육철학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국의 교육현실과 맞지 않다면 또다른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살 아이들에게 글자 교육을 시작하는 등 한국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발도르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뒷받침할 교사 부족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특화 유치원이 생기면 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너도나도 유행처럼 쫓는 한국의 유치원 풍토는 선진 외국 철학을 표방하는 교육기관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낳기도 한다. ‘한국발도프르프교육협회’관계자는 “발도르프철학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교육과 현장경험이 쌓여야 하지만, 단기연수 등을 통해 겉핥기로 익혀놓고서 발도르프 교육을 한다고 선전하며 돈벌이에 나서는 곳도 많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의 한 공립유치원 원장은 “숲교육이나 발도르프교육은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철학이지만, 이를 실천할 교사들을 충분히 양성하거나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이름부터 내걸고 보자는 유치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어학원 유치부의 경우에도 100% 영어몰입식 수업을 내세우지만 원어민 교사들의 수준은 높지 않다. 서울과 분당의 영어학원 유치부에서 4년간 상담실장으로 일했던 임선숙 씨(가명ㆍ36세)는 “몰입수업의 교재로 쓰는 미국교과서 중에는 콘텐츠가 우수한 것도 많지만, 교사자격증이 있거나 효과적인 교수법을 익힌 교사가 영어유치원에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교육에 대한 열의도 부족하다보니 수업 준비나 교수법 연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숲유치원의 숲교육은 본래 목적이 아이들 스스로 숲을 거닐고 뛰놀며 놀이를 조직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는데도 꽃과 나무 이름을 외우는 등 단편적인 숲지식 전달이 전부인 양 오해하는 곳도 적지 않다. 아름솔유치원 민연옥 원장은 “숲해설가를 강사로 활용하는 유아숲체험원도 있지만, 숲해설가는 아무래도 아동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며 “숲유치원을 선택할 때는 아이들이 날마다 숲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숲이 가까운지, 교사진들이 얼마나 숲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유치원 졸업 후 적응 어려움

숲을 교실 삼아 맘껏 뛰어놀았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진학 후 구획이 정해진 교실 안에서 정해진 교재로 수업을 따라가야 하는 낯선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자녀가 숲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진학한 한 학부모는 “수업시간 내내 책상에 꼼짝없이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를 마치 충동조절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여기는 게 안타깝다”며 “아이의 연령에 맞지 않는 억압적인 상황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 자연생태학교 전학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반 정원이 10명을 넘지 않는 영어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은 30~40명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초등 교실을 낯설어하기도 한다. 조기교육으로 습득한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초등반에서 영어 선행학습을 하기도 한다.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던 최선영 씨(가명ㆍ41세)는 “영어유치원 초등반의 선행학습 교재가 초등 4학년의 경우 아이의 지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전문적인 내용까지 다루다보니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최 씨는 “발음이나 듣기 부분에서는 영어유치원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투자한 돈과 시간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며 “몇 년에 걸쳐 영어유치원의 미미한 효과를 학부모들이 체감하면서 영어유치원 열풍은 강남에서도 많이 잦아든 상태”라고 전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 유치원 정보 수집에 도움되는 누리집

● 유치원알리미 e-childschoolinfo.mest.go.kr 
● e유치원시스템 childschool.moe.go.kr 
● 육아정책연구소 www.kicce.re.kr 
● 마음더하기 정책포털 momplus.mw.go.kr 
● 한국발도르프교육협회 www.waldorf.or.kr 
● 한국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 www.steinercenter.org 
● 한국숲유치원협회 www.forestkid.or.kr 
●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www.ecoece.or.kr 
● 레지오에밀리아 www.kcct.net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yoochi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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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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