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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임신 눈총' …직장맘 맞춤 해결사 떴다

양선아 2013. 11. 04
조회수 12335 추천수 0

반찬데이(1회) (26).JPG »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직장맘 반찬데이’에 직장맘들이 참가해 반찬 만드는 법도 배우고 함께 반찬도 만들고 있다. 센터는 이처럼 직장맘들이 필요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각종 직장맘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다. ‘반찬데이’ 프로그램은 올해 총 4회 실시해 30여명의 직장맘들이 이용했다. 직장맘지원센터 사진제공.

 

“팀장님, 저 임신했어요~ 축하해주실거죠?”

서비스업체 직원 이송희(39살·가명)씨는 지난해 말 임신한 기쁨을 팀장에게 알렸다. 그러나 팀장은 이씨에게 얼마 후 “아이 낳으면 회사 다니기 힘들지 않겠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고 위협을 느낀 이씨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http://www.workingmom.or.kr)를 알게 됐다. 그는 센터에 상담 요청을 했다. 이 센터에서는 전문 노무사와 상담사가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직장맘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종합상담을 해주기 때문이다. 전문 노무사는 이씨에게 이씨의 권리 내용과, 구체적으로 회사와 어떻게 밀고 당기기를 할지 안내해주었다. 이씨는 “내가 권리를 주장하니 팀장이 출산휴가만 주겠다고 했다. 센터와 계속 상담하면서 결국 육아휴직까지 보장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혼자서 문제를 풀려면 막막하고 힘들었을텐데 센터가 함께 해줘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노무사가 최대한 흥분하지 말고 협상을 하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말해줘 엉망이 됐던 팀장과의 관계도 상담이 끝날 즈음에는 원만해졌다”고 말했다.
  
오로지 직장맘만을 위한 직장맘지원센터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는 지난해 4월 서울시가 직장생활과 임신, 출산,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맘들의 고충을 덜고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을 위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설치한 기관이다. 센터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 여성노동자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 보육정보센터, 새로일하기 센터 등 여성과 육아 지원을 위한 각종 기관이 있지만, 직장맘만을 위한 센터는 그동안 없었다.
정부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과반수가 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포함해 다수의 직장맘들은 여태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이 20대 후반에 취직했다 30대에 경력이 단절되고 40대에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엠(M)자형 패턴도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센터가 문을 열게 된 배경이다.
황현숙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장은 “가사와 육아 분담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곳의 부족 등으로 직장맘의 하루하루는 힘겹기만 하다. 직장, 가족, 개인적 고충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직장맘들에게는 생활밀착형 지원이 절실하다는 시의 판단으로 센터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1년6개월, 그동안의 성과 


센터가 개소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6명의 상근자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이다.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등으로 회사와 분쟁을 겪은 72명의 직장맘들이 센터의 지원으로 경력단절의 위기를 이겨냈다. 모두 1033명이 1933회의 상담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1일 노무사ㆍ변호사ㆍ심리정서 전문가 등 2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력단절예방지원단’을 발족해 직장맘지원센터의 상담·법률 지원 기능을 강화시켰다.
센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주민센터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직장맘들을 위한 자녀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마포 신수동주민센터의 마을문고 공간을 활용해 인근 초등학교 직장맘들에게 자녀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총 11명의 아이들을 방과후아동지도사 1명이 오후 5~9시까지 돌본다. 이호섭 센터 기획총괄 팀장은 “학교라는 공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돌봄을 받는 사실에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만족해한다. 처음에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적었는데, 이제는 대기자들이 생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자녀돌봄서비스 모델이 성과를 거두면서 고용노동부나 다른 자치구도 벤치마킹에 나섰다. 고용부가 2014년 ‘직장맘 편한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최근 밝혔고, 성북구도 내년 4개 주민센터 내 자녀돌봄사업 시행을 검토중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카페를 통해 직장맘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주었고, 센터 내 공간을 직장맘들의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무료로 대여해주었다.
 
센터의 지원으로 삶이 달라진 직장맘들


생활밀착형 지원을 내세운만큼 센터의 지원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지원 대상 직장맘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공공기관 행정직 직원이며 6살,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오푸름(43살·가명)씨의 사례.   

 

“혼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느낌이었어요.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한계가 많았어요. 아이는 밤마다 엄마랑 더 놀고 싶다며 잠을 안자 몸과 마음이 지쳐갔어요. 남편과의 갈등도 깊어졌지요. 양육맘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방법을 잘 몰랐어요. 아이 도시락 싸는 것, 반찬 만들기 이런 것조차 제게는 버거웠어요. 육아 도우미가 아이들을 돌봐주시는데, 다른 대안은 없는지 늘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알아볼 시간도 없었지요.”
센터의 문을 두드린 뒤 오씨의 고민은 많이 해결됐다. 막연하게 걱정했던 돌봄 대안에 대해 센터의 직원들이 직접 알아봐줬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육아방부터 어린이집, 각종 커뮤니티 센터까지 여러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센터는 또 ‘마포에서 아이 키우기’라는 지역 내 가장 유명한 온라인 카페 대표를 접촉해, ‘직장맘’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생겨난 직장맘 전용 온라인 공간을 통해, 바쁘지만 항상 정보 교류의 욕구가 많은 오씨와 같은 직장맘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오씨는 주말 미술심리치유 프로그램과 한 달에 한 번 직장맘끼리 모여 반찬을 만드는 프로그램, 각종 부모교육에도 참여했다.
오씨는 “주말에 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는데, 센터에서 주말 프로그램이 열릴 때 육아 도우미를 직접 고용해 아이를 돌봐주니, 그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소희(31살·가명)씨도 센터의 지원으로 경력단절의 위기를 이겨냈다. 정씨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나 도우미를 찾았으나 돌이 지난 아이가 발달이 늦은 탓에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정씨는 “회사 복귀를 포기하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센터에서 3개월 동안 끈질기게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를 알아봐주어 결국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 아쉬워


직장맘들의 현실적 고충을 더는데 센터의 지원이 성공적이었지만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센터의 상담 서비스는 서울시 전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자녀돌봄서비스나 맘까페 서비스, 커뮤니티 지원 등은 특정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인력과 예산의 제약 때문이다. 센터가 제공하는 여러 지원 서비스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직장맘들의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더 많은 직장맘들이 자녀돌봄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려면 공간운영비와 인력운영비의 뒷받침도 절실해 보인다. 황 센터장은 “각 구별 또는 각 권역별 센터 설치가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지만, 서울시는 예산 부족 등으로 아직까지 적극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센터가 직장맘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한다.
한편에선 이런 센터의 필요성을 근원적으로 줄이는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일하는 엄마만을 위한 센터가 설치됐다는 것은 그만큼 보육 전체 시스템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고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잘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며 “보육 시스템을 잘 갖추고, 근로시간 단축 등 여러 근로 환경을 개선해가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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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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