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채식물국수
누구나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다. 만약,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행복을 느꼈다거나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를 위해 언제든 다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 내가 만든 요리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은 것은 채식물국수 였다.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만들 수 있는 식재료들이 제한되어 있으니 진한 국물맛을 내는 게 어려웠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결국, 육류요리의 식감을 따라잡기 하는 맛이 아니라, 채식재료만이 낼 수 있는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요리스타일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의 입맛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맛있는 음식은 누가 먹어도 맛있는 법이 아니던가. 나만이 낼 수 있는 음식맛의 차별성으로 승부를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가능하면 자극적인 양념맛을 내는 향신료도 적게 사용하고, 감칠맛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 조미료도 넣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재료 본래의 맛이 잘 우러나도록 했다. 재료를 많이 넣어 오래 끓였을 때 낼 수 있는 깊고 진한 맛 대신, 적정한 온도로 적당한 시간만 끓였을 때 낼 수 있는 깔끔한 맛이 포인트가 된 셈이다. 가족들이 요리를 먹었을 때 최고의 칭찬은 좀 재미있다. “ 이거 팔아도 되겠다! ” 덧붙여 설명하자면, ‘누가 먹어도 좋아할 수 있는 맛’ 이자 ‘돈을 내고서라도 먹어보고 싶은 맛’ 이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내가 만든 채식물국수의 별명은 ‘돈 되는 물국수’라 붙여졌다.
[기린의 채식레시피]
깔끔하고 담백한 채식물국수
국물재료 : 다시마, 표고, 무, 생강, 집간장, 들기름
고명재료 : 표고, 당근, 애호박, 쑥갓, 통깨, 홍고추, 김, 해바라기씨 오일, 소금
1. 다시마와 마른표고를 물에 담궈 30분간 우려낸다.
2. 다시마는 건져내고, 마른표고는 그대로 넣은 채 무 작은 토막 한 개, 통생강 1쪽을 넣고 끓인 후, 물이 끓으면 불을 줄이고 집간장을 넣어 은근하게 30분 정도 더 끓인다.
3. 2의 국물만 따라낸다.
4. 표고는 기둥을 떼어내고, 가늘게 채썰어 진간장, 참기름, 조청, 후추를 넣어 조물조물 무친 후 오일을 두른 팬에 볶아낸다. 취향에 따라 다진 양파, 마늘을 조금 넣어 볶으면 향이 좋아진다.
5. 당근과 호박은 가늘게 채 썰어 오일, 소금으로 각각 따로 담백하게 볶아 낸다. 취향에 따라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 볶으면 향이 좋아진다.
6. 국수는 삶아 체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7. 그릇에 국수를 돌돌 말아 담은 후, 고명을 가운데 보기좋게 얹는다.
8. 7의 가장자리로 국물을 담은 후 들기름과 통깨, 홍고추, 김을 넣어 마무리한다.
* 취향에 따라 익은 열무물김치를 김치국물과 함께 고명으로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채식메뉴 중에는 식물성 조미료나 소스를 진하게 넣고 고기요리처럼 맛을 낸 요리들이 있다. 그러나, 채식을 오래 하면 할수록 입 안에서 느껴지는 깔끔 담백하면서 딱, 이 맛이야 라고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먹을 때 이다. 대부분 채소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조미하지 않은 채로 먹어보면, 짜고 달고 시고 매우면서도 약간 씁쓸한 맛까지 다섯가지의 맛이 골고루 배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요리를 통해 재료의 맛을 덮어버리고, 강한 양념맛으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한다. 자극적인 요리는 더욱 자극적인 식감을 갈망하게 되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품들이 대부분 강한 양념맛으로 조미되어 있는 것이다. 재료들이 신선하지 않아서 재료들만으로 맛을 내기 어려운 탓도 있을 것이다. 맛있는 채식요리를 하려면, 기본적인 식재료들이 신선해야 한다. 텃밭농사까지는 어렵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장을 보도록 하자. 부드러운 식감에 익숙해지면 점점 건강해진다. 인미자구(人味自求)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사람의 입맛은 저절로 몸에 필요한 것을 당기게 한다는 것이다. 건강할수록 건강한 음식이 당기는 법이니, 우선 자연의 입맛에 익숙해지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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