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길 대신 제 길 찾게 하는 진로교육

신순화 2013.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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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대안학교의 6·7월은 6학년들이 진학할 학교를 알아보러 발품을 파는 달이다. 각종 학교 설명회가 이때 열리는데 여름방학에 있을 계절 학교에 예비 입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초등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중등 대안학교로 진학한다. 같은 공동체 안에 초중고까지 있는 학교는 자연스럽게 상급 학교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초등 과정만 있는 학교의 졸업반 아이들은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슬슬 진학할 학교를 알아본다. 보통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진학하는 학교부터 알아본다. 학교마다 철학과 가치관,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 몇몇 상위 학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학교들을 중심으로 지리 여건과 학부모의 가치, 아이의 성향에 맞는 학교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설명회에서 학교가 마음에 들면 계절학교를 경험하며 교사들과 선배들, 학교 분위기를 익히고 함께 공부하게 될 친구들을 미리 만나본다. 계절학교까지 다녀보면 선택은 80%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등부터는 기숙학교가 많기 때문에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이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드물지만 초등 대안학교에 다니다가 일반 학교로 옮기는 아이들도 있다.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에 만족감이 적거나 기대했던 것들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 단계에서 일반 학교로 진학을 한다면 대학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예체능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아이들이 수능과 실기 점수를 잘 관리하기 위하여 일반 학교로 옮기기도 한다. 초중고 과정 중간에 홈스쿨링을 선택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 공부를 하거나 뜻이 맞는 가정끼리 공동 배움을 하는 등 제도권을 벗어난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들은 다양하다.

대안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1학년 때부터 진로 관련 수업이 있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구체적인 탐방과 실습·탐구가 이루어진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 과정들을 운영하는 학교도 많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비해서 자신에 대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많이 누린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탐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의 미래를 찾아나가는 길을 지원한다.

그래서 대안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가 당연하게 대학 진학을 하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로 뛰어들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다. 먼저 사회에 부닥쳐 보고 자신이 부족한 점을 새롭게 발견하거나, 새롭게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찾게 된 다음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배움을 찾아 대학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대안학교를 나오면 진로가 막히거나 인맥이 약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 다시 검정고시를 봐야 하고, 내신이나 입학사정관제 같은 제도에도 불리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물론 제도권 교육 밖에서 다시 제도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대학만을 바라보고 초중고 시절을 보내지 않고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제 길을 찾아 나가는 데 훨씬 더 능동적이고 유연하다.

사회에서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며 길을 만들어 온 아이들이기에 조금 더 돌아가고 한 번 더 실수하고 다시 길을 찾는 걸 실패라고 여기지 않는다. 목적과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더 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을 감수해야 하지만 방향을 분명하게 가진 배움이라면 멀고 힘든 길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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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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