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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육아를 부탁해] 아픈만큼 크고 실패한 만큼 자란다

양선아 2013. 07. 24
조회수 814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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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조선미 지음  썸앤파커스 펴냄·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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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자식이 행복하고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식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어떤 부모는 여전히 학벌주의가 판을 치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물질 중심주의 사회에서 아이가 생존하려면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각종 교육을 시키고, 아이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심지어 성적을 조작하고 돈을 주고 비리를 저질러서라도 국제중학교에 입학시켜 좋은 대학에 입성시키려 한다. 얼마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영훈 국제중학교 입학 비리 사건에서도 학부모 5명은 이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장에게 1억원씩이나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일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또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겠다며 아이를 혼내지 않고 마냥 아이의 뜻을 다 받아주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아이가 실패를 덜 경험하고, 실수를 덜할 수 있도록 최고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좀 더 빨리, 실수 덜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아이에게 안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의 노력들이 과연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조선미 아주대 정신과 교수는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에서 부모들의 이같은 행동은 결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70여년 간 미국 최고 명문대 하버드 졸업생들의 삶을 추적해 행복한 사람의 조건에 대해 연구한 조지 베일런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행복해지려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잘 견디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고 더 좋은 차와 집을 가진다고 해서 누구나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쾌락과 소유를 기반으로 한 행복은 계속 더 많은 쾌락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만족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행복해질 수 없다. 또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고,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도 직시해야 하고, 싫어도 해야 하고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아이가 어떻게 대응하고 시련을 잘 견뎌내느냐가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핵심 열쇠라고 그는 설명한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며, 각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실질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핵심 조건을 이렇게 설명해주니 좀 더 `아이의 행복‘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 지 명료해진다.
 
싸이.jpg » 한겨레 자료사진

 

 

조 교수는 책에서 시종일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결코 따뜻한 온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지적한다. 이 세상은 여전히 불공정함이 존재하고, 때로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면서 살아야 한다. 아이들은 때로는 권위에 복종해야 하고,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로 그냥 받아들여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은 고통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으니, 고통이 있더라도 아이가 그것 때문에 좌절하거나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부모가 아이의 기본적인 생활 태도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이 책은 수많은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들이 일상 생활에서 놓칠 수 있는 양육의 중요 키워드를 짚어준다. 조 교수는 양육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좋은 습관 만들기를 꼽았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타운젠트와 토머스 비버는 “사람은 하루의 대부분을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해왔던 것들을 한다. 새로운 것들을 하는 것은 가끔 일 뿐이다”라고 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습관은 한 사람의 건강 뿐 아니라 생산성,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사회까지도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 습관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많은 부모들은 잔소리를 해서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 지점에서 지적한다. 습관은 신호와 반복행동, 보상의 고리로 이어지는데, 부모가 불안과 두려움을 매개로 아이에게 습관을 만들어주면 그것 또한 습관이 된다고. 습관이라고 하면 행동의 습관만 생각하는데, 감정과 생각의 습관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의 이면에 아이가 느끼는 감정,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어떤 신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점을 고려해 아이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아이가 추운 날 두꺼운 옷을 입고 가라고 했는데 춥지 않다며 기어코 얇은 옷을 입고 나갔다 감기가 들었다고 하자. 아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럴 때 많은 부모들은 “그러니까 엄마 말을 들었어야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안하니까 이렇게 됐잖아. 앞으로는 네 맘대로 하지 말고 엄마한테 물어봐”라고 타이른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나중에 엄마에게 조언을 구한다. 엄마는 엄마의 지시와 요구를 아이가 잘 따르면 만족해한다. 그러나 조 교수는 부모의 이런 태도가 아이에게 “나보다 엄마 아빠가 정하는 게 훨씬 좋은 결정이야. 나는 잘할 수 없어”라는 생각의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부모가 간과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조 교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평가하고, 칭찬과 꾸중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 쑥 올라간다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의도 조 교수의 관점으로 재정립해준다. 많은 사람들은 남들의 갈채와 환호를 받고 빛나는 무언가를 얻어야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성공은 무엇이 됐든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이고, 실패란 반대로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십년 전 대마초 흡연으로 벌금형을 받고, 2년 후에는 구내 부실복무 의혹으로 전 국민의 질타를 받았던 싸이. 가족 중 공부를 제일 못했고, 부모가 바라는 `아들상’과 거리가 멀어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아들이었던 싸이. 그는 무수한 실패와 일탈 끝에 35살의 나이에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조 교수는 “실패가 실패한 인생을 만들지 않는다. 싸이는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냈기 때문에 결국 잠재력을 맘껏 펼치고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매일, 작은 일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이 성공”이며 “아이의 용감한 시도에 주목하고, 자잘한 실패에 대범해지고, 작은 성공을 칭찬해주어라”고 권한다.  
 
이외에도 조 교수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나와 남을 존중하는 법’ ‘스스로 감정을 달래는 법’‘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법’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 지에 설명한다. 책을 읽는 내내 조 교수 스스로가 ‘영혼이 강한 사람’이며, 현실을 직시하며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아이 키우기 뿐만 아니라 부모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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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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