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학교 행사…모두가 주인공

신순화 2013. 07. 09
조회수 5404 추천수 0
아들이 일반 학교 다닐 때 학기 말에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아들은 자기 반 프로그램이 탬버린 춤이라면서 정말 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도 첫 아들의 발표회를 보러 일찌감치 가서 강당 제일 앞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다. 아들의 반은 행사 시작 뒤 30분쯤 지나 등장했는데 맨 뒷줄에 서 있는 아들의 얼굴은 잘 보이지가 않았다. 아이들은 유치원 발표회처럼 학교에서 제공한 반짝이 의상을 입고 유행하는 음악에 맞추어 탬버린을 잠깐 흔들다가 사라져 버렸다. 인사에서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다. 그것으로 아들의 순서는 끝이었다.

아이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는 학교에서 정했고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대로 연습을 해서 잠깐 무대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안학교로 옮겼더니 입학식부터 너무나 달랐다. 가족 모두가 1박2일로 참석해야 했던 입학식엔 가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내야 해 오랜만에 캠코더를 들고 영상을 만들었다. 선배 학생들이 신입생에게 자신들이 만들고 준비한 선물을 주며 입학 축하를 해줬고, 재학생 부모들은 재미난 연극을 준비해서 큰 웃음을 주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함께하는 게임과 놀이를 하느라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남편 손잡고 달려보기도 했다.

대안학교는 행사가 많다. 운동회와 발표회도 있고 벼룩시장이나 바자회·공연·후원을 위한 모임과 입학 설명회·졸업식 등 1년 내내 행사가 열린다. 행사 준비가 시작되면 내용과 역할 분담을 위한 회의부터 진행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까지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사정과 재능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 덕분에 나는 옛 학창 시절에 해봤던 촌극 대본을 쓰고, 연출과 연기 지도까지 맡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남편도 연극의 한 꼭지에 출연해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선사했다. 무뚝뚝하게 여겼던 한 아빠가 검은 선글라스 끼고 코믹하게 사회를 봐서 깜짝 놀랐다. 대안학교의 행사들은 평소에 잘 몰랐던 공동체 구성원들의 재능과 성격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하나의 행사에서 모였던 모임들이 계기가 되어 행사 끝난 뒤에도 동아리로 모임으로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간의 이해와 결속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안학교에서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행사를 통해 소속감을 더 크게 하고, 구성원간의 친밀함을 높인다. 학생과 부모 사이, 부모와 교사 사이도 이런 행사를 통해 더 가까워진다.

아이들이 준비해서 보여주는 행사들도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교사나 학교가 정해주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내용을 결정하고 역할을 나누어 연습을 한다. 학교나 교사들이 나서서 공연만을 위한 특별 연습을 시키는 일도 드물다. 부족한 대로, 모자란 대로, 서툰 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일에 모두가 자연스럽다. 그래서 일반 학교 발표회에 비해 프로그램도 엉성하고 내용도 많이 부족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닌, 지금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는 언제나 적지 않은 감동이 있다.

물론 크고 작은 갈등들과 문제들을 겪기도 한다. 진행상의 의견 차이나 감정들이 부딪치기도 하고, 잘못하면 행사를 통해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나빠지는 일도 생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행사까지 준비하고 참여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맡게 되면 부담도 크다. 그러나 아이와 같은 무대에 서고, 함께 준비를 해서, 같이 웃고 손뼉치며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서로를 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한다. 같이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대안학교의 본질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 얻은 것과 잃은 것, 갈 길은 멀지만

    베이비트리 | 2013. 09. 03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던 연재를 끝내게 되었다. 부족한 글 솜씨와 경험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안내를 하겠다고 나섰던 일이 생각한 만큼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염려스럽다.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나서 우리에게 찾...

  • 떼놓을 수 없는 그림자 ‘경제적 부담’

    신순화 | 2013. 08. 20

    첫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로 겨우 1년 반 경험을 가지고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0회가 되었다. 기라성 같은 대안학교 선배 부모들이 있음에도 초보 학부모로 덜컥 이런 연재를 맡았던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혹 최선을 다해 대안교육을 ...

  • 감동 주는 ‘학교생활 평가 리포트’

    신순화 | 2013. 08. 08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난 뒤 가장 감동받았던 건 첫해를 마치고 겨울방학 들어가던 날에 받은, 1년간의 학교생활에 대한 리포트를 본 순간이었다.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인쇄된 겉표지에는 ‘2012년 ○○의 학교 이야기’ 제목이 붙어 있었...

  • 정해진 길 대신 제 길 찾게 하는 진로교육

    신순화 | 2013. 07. 25

    초등 대안학교의 6·7월은 6학년들이 진학할 학교를 알아보러 발품을 파는 달이다. 각종 학교 설명회가 이때 열리는데 여름방학에 있을 계절 학교에 예비 입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다.초등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중등 대안학교로 진학한다. ...

  • 생생한 세상 만나는 다양한 여행 경험

    신순화 | 2013. 06. 25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는 1년에 서너 차례 나들이가 있다. 일종의 여행 프로그램이다. 일반 학교도 체험 학습이나 캠핑·극기 훈련·수학여행 등을 가지만 대안학교로 학교를 옮긴 후에 ‘정말 다르구나’ 느꼈던 게 바로 여행이다.일반 학교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