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특강

[부모특강]“부모에게 존중 받는다 느껴야 동기부여 돼”

양선아 2013.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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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25돌 기념 부모특강]

내 아이 행복한 미래 만들기 / 서천석

 

01.jpg »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한겨레 25주년 기념 부모특강’에서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사교육 정글에서 아이와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부모특강 서천석편 1강]

 

[부모특강 서천석편 2강]

 

[부모특강 서천석편 3강]




아이의 ‘공부결심’ 유도하려면 공부방법 등 대화 필수
 

“아이가 학원에서는 문제를 잘 푸는데 왜 실제 시험은 못 볼까요? 학원에서 아이들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 구경을 하고 있지요. 구경을 하고 나서 단기 기억으로 문제를 풀고, 빛의 속도로 잊어버립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없으면 절대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다양한 전략 전술이 필요한 것이죠.”


‘육아 멘토’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 서울신경정신과 원장)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 창간25주년 기념 부모특강’이 열렸다. 서 원장은 ‘사교육 정글에서 아이와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250여명의 참석자들은 3시간 동안 주의를 집중해 강연을 들었다.


서 원장은 “사교육을 해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효과는 미미해지고, 오히려 아이들의 잠재력을 갉아먹는다”며 각종 연구 결과와 자신의 임상 경험을 소개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높은 성적을 달성할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으면 성적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사교육을 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닌데, 많은 부모들은 착각한다. 특히 고등학교 2~3학년의 경우 사교육을 통한 수능 점수 상승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기에 혼자 공부한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모든 영역에서 성적 상승폭이 컸다. 더 흥미로운 점은 사교육은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거의 없었다. 서 원장은 “사교육에 의존해온 아이들은 대학교 학점이 낮았고, 혼자 공부한 아이들은 장기 추적 결과 사교육에 의존한 아이보다 임금이 평균 3.6~3.9%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투자 대비 효과도 미미한 사교육에 왜 많은 부모들은 매달릴까? 

 

서 원장은 그 원인으로 부모들의 불안과 욕망을 첫번째로 짚었다. 서 원장은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통해 스스로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이를 자신이 원하는 ‘상품’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사람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아이들과 눈맞춤을 하며 온전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아이의 태도가 아닌 어른의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가 내 삶을 사랑하며 감사하게 살아가야 아이가 그런 부모를 보며 삶을 사랑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이들이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싫다.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라고 얘기한다”며 부모들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인생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권했다.

 

두번째로 사교육 광풍이 부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상대적 순위 경쟁을 벌이는 학벌주의와 특목중, 특목고와 같은 조기 탈락 유도형의 교육 시스템을 짚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때 아이큐가 78정도밖에 안되고 정서적 어려움을 느꼈던 환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과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것을 보며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만성형 아이들도 많은데, 사교육 세력들은 경쟁을 앞세워 그런 아이들을 조기 탈락하도록 유도한다. 장기적으로 사교육 효과는 미미하지만, 어릴 때는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목중, 특목고의 시스템은 잘못된 교육 시스템이다”고 짚었다.

 

세번째로 그는 교육 문제는 결국 노동 문제와 얽혀 있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으로도 어느정도 생활이 유지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려고 할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을 지급하면 굳이 정규직에 목숨 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많은 부모들은 너도 나도 돈을 쏟아부어 상대적으로 순위가 높은 대학에 보내 정규직에 들어가면 좀 더 안정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의 대학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모두 다가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삶의 주관적 행복도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모의 노력, 학업적 성취, 세속적 의미에서의 성공, 주관적인 행복감. 부모들은 이 네가지가 일직선상으로 분명히 이어질거라 믿습니다. 그러나 각종 연구들을 보면 매우 약한 인과성만 있습니다. 우리는 자꾸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회적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

 

서 원장은 부모들에게 남의 가치관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와 나만의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교육 정글에서 아이와 살아남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기초부터 탄탄히 하라. 충분한 수면과 균형된 식사는 건강의 기본이다. 삶과 일의 균형, 공부와 놀이의 균형이 가장 기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사교육만 하고, 다양한 삶의 영역들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 서 원장은  “밤 10시 이전에는 아이를 재우고, 맞벌이라면 숙제는 방과 후 공부방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 아빠와 대화하고 놀다 밤 10시에는 자야 한다. 노는 것과 공부의 비율도 적당한 비율로 챙겨야 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 고 강조했다.   

 

둘째, 아이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동기부여가 된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보면,  사랑과 인정의 욕구 단계에서 욕구가 채워져야 자아 실현의 욕구가 생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진짜 관심'을 아이에게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장점이 보인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생길 수 있다.

 

셋째, 내가 생각하는 목표가 아닌 아이에게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인지 늘 돌아본다. 아이가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면 아이는 쉽게 포기할 수 있고, 포기르 하는 순간 자존감은 추락해 다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상 아이가 달성 가능한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넷째, 아이 스스로 잘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이제까지 잘못을 해왔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와 공부시간, 공부양, 공부방법 , 공부내용을 대화로 결정해야 한다.

 

다섯째, 공부 방해 요소는 규칙으로 관리한다. 핸드폰, 티비, 게임은 규칙과 합의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냥 아이 스스로 알아서 잘 통제하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빈둥빈둥 놀고 있으면 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빈둥거리는 시가늘이 의미있는 시간들로 모여서 종합적 사고력이 만들어지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없으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초등학교때 엄마가 많이 편찮으셔셔 집안일도 많이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당시 제 친구들은 과외를 하기도 해서 함께 놀 친구가 없었지요. 특별히 저는 할 일이 없어서 방구석에 앉아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짝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어요.`저 문짝은 어디서 온걸까? 나무에서 왔겠지?' 열흘에 걸쳐서 저는 문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괴로웠던 저는 문짝을 보며 `저 문짝도 키도 작고 옷도 꽤째재해서 부잣집에서 버림 받았는데, 가난한 아이들이 문짝을 고쳐서 여기에 왔겠지'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마침 학교에서 글짓기 대회가 있는데,글쓰기 제목이 문이었어요. 아마 저 만큼 문에 대해 탐구해본 아이는 없었을 겁니다. 당연히 저는 글짓기 대회에서 우승을 했지요.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지금 책도 쓰고 칼럼도 쓰는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서 원장은 어렸을 적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빈둥빈둥 노는 기회를 적절하게 제공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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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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