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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친한 아이 바란다면 이야기부터 들려주라

양선아 2013. 06. 03
조회수 21205 추천수 1

신소영-130530_베이비트리문현주동화읽는어른모임07.jpg » 문현주 어린이도서연구회 상담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어린이도서연구회 건물 마당에서 열린 '동화읽는어른' 모임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동화를 읽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육아 멘토를 찾아서 `행복한 책읽기'의 전도사 문현주 어린이도서연구회 상담실장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각종 전집을 사들이고,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책과 친해질까. 15년 동안 어린이독서문화운동을 펼쳐온 문현주씨를 만나 아이가 책을 읽고 스스로 행복해지려면 부모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알아봤다.



 “아들이 4살 때 한글을 뗐어요. 6살부터 백과사전을 달고 살았죠. 저는 아들이 책을 좋아하고 책 속에 있는 문장을 줄줄 말하니 아들이 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처럼 책도 많이 사주고 아들에게 기대를 엄청 했죠. 그런데 웬 걸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는 선생님한테서 공부 잘하고 똑똑하다는 소리보다 산만하다는 소리만 들었죠. 어느 날은 아들이 매미를 잡는다고 하루종일 밖을 쏘다니다 들어와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그림 속에 매미도 없고, 풀도 나무도 없는 거예요. 매미를 잡는 자신을 그렸는데, 얼굴에 눈도 없고 입도 없고 팔다리는 있는데 손도 없고 발도 없었어요. 그 무렵 아이에게 야뇨증 증세도 나타나고,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렸어요. 그 순간 ‘아차’ 싶었지요.”
 

문현주(45살) 어린이도서연구회(이하 어도연) 상담실장은 차분하게 자신의 얘기를 이어갔다. 어도연에서 15년 동안 활동해온 그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33년 동안 어린이독서문화운동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온 어도연(www.childbook.org)에서 그는 어린이책 관련 상담을 꾸준히 해왔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읽어주고,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도 참석한다.  

 

‘어린이 책읽기의 멘토’인 만큼, 문 실장의 아이들은 ‘독서왕’일거라 예단했다. 그런데 그는 “두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했다. 그 시행착오때문에 그는 어린이와 어린이책에 대한 좀 더 분명한 관점을 세울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놀이치료를 1년 정도 했다. 나 역시 그때 부모상담을 하면서, 아이의 문제는 곧 내 상처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아이들을 방치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 자살 시도도 세 번이나 했다. 그는 자신에게 슬픔과 고통만 주는 가정을 탈출하기 위해 21살 때 결혼을 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그는 자신의 결핍감과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식에게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 영민한 아들에게 책을 많이 사주었고, 아들이 자신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고함을 질렀다. 그는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따뜻한 교감이고, 책으로 아는 세상보다는 자기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세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당시에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면서 그는 어도연 활동을 시작했다. 차차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책을 읽히려는 욕심도 버렸다. 그림책과 친해지면서 아이들의 세계도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24살, 18살이 된 아이들은 각자 자기 삶을 멋지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지식 관련 책을 좋아하는 아들은 좋은 문장을 고르는 힘이 있고, 문학 책을 좋아하는 딸은 좋은 이야기를 고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왜 내가 아이에게 책과 친해지게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어른의 잣대로, 아이에게 책을 들이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문 실장은 “아이에게 책은 아이가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책을 통해 부모가 원하는 정답을 주입하려 하고, 지식만을 채워 넣으려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 수준에 맞지도 않은 책을 마구 구입해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내용을 확인하는 것, 아이에게 책 선택권을 주지 않고 부모가 원하는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무조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이에게서 책이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부모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라”고 조언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좋은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서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란다. 12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굳이 책을 읽어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아이와 눈을 자주 맞추며 만져주고 안아주고, 부모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 지난 아이부터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들을 잘 이해하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 1~2권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많은 책을 읽어줄 필요도 없다. 그는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교감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은 3~7살 유아에게 자연관찰책 수십권을 보여주고, 역사인물책이며 과학 동화, 수학 동화를 읽힙니다. 책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 하고, 아이에게 자꾸 교훈을 주려고 하죠. 그러나 이러한 부모들의 행동이 아이들을 자꾸 책과 멀어지게 만들고 자존감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알아야해요. 또 이렇게 얻은 지식은 온전히 아이의 것이 되지 못하죠. 아이들에게는 자연관찰책을 수십권 보는 것보다 직접 꽃향기를 맡아보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부모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친구와 즐겁게 노는 것이 아이를 더 성장시킵니다. 책은 아이 생활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에요.”

 

문 실장은 ‘책과 친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아이는 매번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른의 잣대로 자꾸 많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습을 위한 책읽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부모들의 고민도 많다. 그래도 ‘어린이가 스스로 행복한 책읽기’가 돼야 한다고 오늘도 그는 부모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우리 아이 책 어떻게 고를까

 

신소영-130530_문현주어린이도서연구회상담실장11.jpg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책을 고르면 아이들이 좀 더 책과 친해질 수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해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추천 도서목록을 발표한다. 추천목록을 참고하되, 추천한 책을 모두 읽히지 않아도 된다. 문현주씨의 도움을 받아 연령별 발달 수준에 맞는 책에 대해 정리했다.  양선아 기자
 
1~3살 | 걷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이 늘어남. 의성어, 의태어가 들어간 말놀이 책, 까꿍놀이나 코코코 놀이 같은 자신이 하는 몸놀이가 들어있는 책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다.  

추천 도서 : <열두때 동물 까꿍놀이>(보림), <도리도리 짝짜꿍>(보림), <달님 안녕>(한림), <손이 나왔네>(한림), <두드려 보아요>(사계절),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보림), <누구야 누구>(보리)   

 

4~5살 | 끊임없이 질문하고 무엇이든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며 집착과 소유욕, 고집이 늘어남. 소꼽놀이나 역할극 등 상상놀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 그림책이 좋다.

추천 도서: <이슬이의 첫 심부름>(한림), <그건 내 조끼야>(비룡소), <앨피가 일등이예요>(보림), <곰 사냥을 떠나자>(시공주니어)

 

6~7살 | 나와 가족, 친구에게로 관심이 확장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도 발달. 승부욕도 생기고, 도덕심과 독립심도 생김. 일상적 생활습관과 욕구충족에 관한 그림책, 옛이야기처럼 판타지가 담긴 책을 권한다.
추천 도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반쪽이>(보림),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시공주니어), <훨훨 간다>(국민서관), <재주 많은 다섯친구>(보림), <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한림),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재미마주)

 

초등학교 저학년 |도덕성 발달해 권선징악 이야기를 좋아함. 영웅적인 등장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수수께끼나 스무고개 놀이, 끝말잇기 놀이가 좋고, 옛이야기와 다양한 그림책이 좋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고,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도 생기고, 지적 호기심도 커짐. 인물이야기, 역사책, 생활동화, 과학지식책을 권한다.

추천 도서: 21세기 보편적인 걸작을 만나는 것을 권함. 많은 어린이들이 19세기 걸작에갇혀 현대의 세계 걸잘과 작가를 만나지 못하고, 제 3세계 어린이 문학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음. 아스트리트 린드그렌, 로알드 달, 에리히 케스트너, 필리파 피어스, 피터 헤르틀링, 구드룬 파우제방,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등등의 유명 작가들의 책을 읽고, 인권, 평화, 더불어 살기, 환경 오염, 유전공학의 폐해, 핵실험,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인종주의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책을 읽기를 권함.


 

  책 관련 부모들이 자주하는 질문들은?

 

신소영-130530_문현주어린이도서연구회상담실장15.jpg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꾸준히 상담을 맡아온 문현주 상담실장은 수시로 부모들로부터 책 관련 질문들 받는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질문의 내용은 거의 달라진 것다. 부모들이 책과 관련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학습과 관련된 것인데, 다만 연령대가 낮아지고 교구를 포함한 책의 가격이 엄청 비싸졌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을 추려보고, 문 실장의 도움을 얻어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다. 양선아 기자

 

문: 20개월 된 아이가 책을 계속해서 가져오며 하루에도 30권이 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책을 가져와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금방 또 새 책을 가져오곤 합니다. 계속 책을 읽어줘야 할까요?

답: 12개월 미만 아이에게는 책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이 아이들은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눈을 자주 맞추고, 안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0~3살까지의 아이에게는 애착 형성이 중요합니다. 책보다는 부모와의 친밀감이 더 중요해요. 아이가 자꾸 책을 가져오는 것은 엄마가 책을 가져왔을 때 가장 반응이놀아도 좋아서일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을 통해서 아이는 엄마와 놀고 있는 것입니다. 책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읽어주고, 몸놀이를 많이 해주세요. 놀이 하듯 책을 가지고  놀아도 좋습니다.

 

문: 유치원에 간 아이가 친구를 때리고 과격해졌습니다. 이런 아이의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책을 권해주세요.

답: 어른들은 자꾸 책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이야기고, 생활은 생활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자꾸 책을 통해 교훈을 주려 해서는 안됩니다. 교훈과 상관없이 이 시기의 아이들은 마녀가 나온 책을 보며 마녀를 무서워할 수도 있고, 나쁜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드넓은 세상을 알아가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판타지가 담긴 이야기책들을 읽어주세요. 자꾸 아이 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책만 찾지 마시고요.

 

문: 자꾸 아이가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책만 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아이가 그 책만 좋아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떤 그림이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가 좋을 수 있습니다. 먼저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그 책을 좋아한다면 그 선택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호랑이가 좋아서 그 책을 읽는다면 호랑이 관련한 다양한 책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주세요. 그것을 존중하지 않고 엄마가 원하는 책만 강요하면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자존감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늘 아이가 보는 책과 엄마가 보여주고 싶은 책 한 권씩 보자고 아이에게 제안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문: 옛이야기는 권선징악적 이야기가 많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착한 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자꾸 아이에게 착하 것만 강조하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답: 그것은 어른의 관점입니다. 그런 불안감은 어른의 경험에 바탕한 것이고, 아이들은 어렸을 때 아름다운 심성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이 험난하더라도 어렸을 때 권성징악적 이야기, 옳은 가치관과 옳은 철학을 말해주는 이야기를 많이 읽은 아이들은 심리적을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어른의 잣대로 함부로 아이들의 세계에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권성징악적 이야기가 발달 상황에도 맞습니다.

 

문: 연령에 맞춰 읽어야 할 책이 있나요? 소개해주세요.

답: 주로 전집 출판사들이 0살 창작, 자연과찰, 2살 옛이이기, 세계명작, 영어동화, 자연생태, 수학동화, 사회성 발달, 4살부터 창작동화, 세계문화, 과학원리, 5살부터 인물, 6살부터 경제, 역사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홍보합니다. 아동발달과 독서이론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습니다. 상품 홍보일 뿐입니다. 전집을 한꺼번에 사면 오히려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아이들을 책에 질리게 만듭니다.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책 읽기는 모든 배움의 바탕이니까요.

 

문: 책을 다 읽었는데도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해요.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답: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세요. 아이에게 질문만 하지 말고 부모님도 스스로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보세요. 질문을 많이 하면 아이는 정답만 찾으려 합니다. 말하는 것보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답니다. 줄거리를 줄줄 읊느네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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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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