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변화, 꾹 참고 기다려야 한다

베이비트리 2013.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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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은 다를 줄 알았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일반학교를 보내다가 다시 대안학교 문을 두드린 학부모들에게서 많이 나오는 얘기다. 대안학교 아이들이 너무 거칠어서 깜짝 놀랐다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행동보다는 말로 하고, 서로 존중해주는 모습을 볼 거라고 기대했는데 대안학교 아이들도 말과 행동을 거칠게 하고, 곧잘 싸우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것이다. 이런 반응들 속에는 좋은 대우와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면 당연히 더 나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미리 말하자면 그런 건 없다. 일반학교 아이들이나 대안학교 아이들이나 섞여 있으면 다 똑같다. 아니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 늘 많이 뛰놀기 때문에 옷이 더 지저분하고 더 명랑하고 더 시끄럽다. 게다가 요즘엔 처음부터 대안학교에 특별한 가치를 두고 아이를 입학시키는 경우보다 일반학교에 보내면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어떤 면에선 대안학교 아이들이 더 드세고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반학교에서보다 더 거칠어질 수 있어

특히 일반학교에서 적응 문제를 겪다가 대안학교로 옮긴 아이들 중 일부는 일반학교에 다닐 때보다 행동이 더 과격해지기도 한다. 규제와 통제가 심하던 일반학교에서 억눌렸던 행동이나 감정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안학교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에 비해 더 활동성이 높은 남자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통의 기준으로 볼 때 훨씬 더 활동이 활발하고 호기심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처음엔 행동이 더 거칠어지고 산만하고 활동 수준이 높을 것이다. 대안학교에선 충분한 놀이 시간이 주어지고, 수업 형태도 자유롭다 보니 아이들에게 오래 억눌려 있던 다양한 감정들이 과격한 행동으로 분출되기가 쉽다. 이런 모습은 짧게는 1년에서 몇 년씩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보는 대안학교 교사들의 시선은 일반학교와 전혀 다르다. 잘 훈련된 대안학교 교사라면 제도권 학교에서 아이가 겪었을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그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모두 발산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적절한 방식으로 표출되도록 이끌기는 하지만 그때까지는 공동체 전체가 더 자주 갈등하고, 충돌하고,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아이의 행동은 똑같은데 그에 대한 교사의 평가나 판단, 대처하는 방식들이 기존 학교와 다르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게 되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돌봐야 변화 시작돼

아이의 행동이 더 심해진다면 걱정보다는 자연스런 과정으로 지켜봐 주자. 다만 그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사·학생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아무리 천방지축 날뛰던 아이들도 고학년이 될수록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충분한 발산과 충분한 이해를 경험하면서 아이의 내면이 서서히 변하는 것이다.

심각한 틱 장애나 산만함, 주의력 집중 장애로 일반학교에서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대안학교로 옮긴 뒤 약물치료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각자 지니고 있는 에너지만큼 충분히 활동하고 뛰어놀며 그 힘을 풀어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아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그냥 놀 시간만 충분해도 해결될지 모른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제일 어려운 시대, 우리 아이들은 그 불행한 시대에 학교에 다니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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