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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은 메시지다…싸움 속에 비밀의 열쇠 있다

양선아 2013. 05. 20
조회수 17451 추천수 1

IMG_9595.jpg » 부부가 아이를 낳기 전 서로의 상처를 다 꺼내놓고 이해하고,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 키우기에서 부부가 협력 관계가 돼 한목소리를 내는 점도 중요하다. 사진은 한 커플이 다정하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다. 이홍권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사진가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 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이 무덤이다. ‘부부의 날’(21일)을 맞아 행복한 부부가 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다.


“당신은 가족과 일 중에 뭐가 우선이야? 주중에는 일한다고 매일 늦게 들어오잖아. 이제는 토요일마저 축구 동호회를 가겠다고? 아들이랑 주말에는 축구도 하고 좀 놀아주면 안 돼? 그럴려면 당신 혼자 살아! 당신은 정말 이기적이야.”
아내 정소라(43살·가명)씨가 마구 쏟아내는 말에 남편 배두식(45살·가명)씨는 화가 치솟았다. 남편은 문을 쾅 닫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남편은 ‘밤샘 야근하며 열심히 돈 벌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일찍 퇴근해 아들과 놀아주고, 집안일도 많이 돕는데 도대체 뭐가 저렇게 불만이야’ 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요즘 갈수록 체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하려면 몸도 챙겨야 할 것 같아 축구를 해보려 했다. 그런데 아내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하려는 순간, 아내는 팔팔 끓는 주전자처럼 변했다. 결혼 생활 10년 동안 아내는 계속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문제삼았다. 그럴 때마다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이 부부는 무엇이 문제일까?

 
비난 속에 숨은 정보 국제공인 이마고(IMAGO) 부부치료 전문가인 오제은 숭실대 상담심리전공 교수는 “부부 싸움에는 패턴이 있다. 그 안에 문제를 풀 열쇠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 ‘당신은 이기적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 비난 속에는 ‘나와 함께 있어줘요’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오 교수는 분석했다. 오 교수는 “우리가 배우자에게 쏟아 붓는 반복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의 대부분은 내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충족하지 못한 욕구나 미해결과제를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아내 정씨는 어렸을 때 부모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거나, 부모가 자신보다는 일을 더 우선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남편이 아내에게 “여보,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처럼 야근 많이 하는 회사에서 당신과 좀 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로 옮길 수도 있어. 앞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늘려보도록 할게. 그런데 이것만은 꼭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 나한테는 그 무엇보다도 당신이 더 소중해”라고 진심으로 얘기해준다면, 분명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탈출구를 닫아라 물론 이렇게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부끼리 마주 앉아 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느낌을 받는 부부도 많다. 통계청이 2010년 조사한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 실태를 보면, 전체 조사대상 2500가구 가운데 57.5%의 부부가 하루 1시간 미만 대화를 나눴다. 그만큼 우리는 배우자와 대화하고 배우자를 이해할 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부부들은 일상적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러면서 탈출구를 찾는다. 탈출구로 대표적인 것은 휴대폰, 티비, 인터넷, 술, 쇼핑, 종교, 가사, 각종 취미 등이 있다. 이외에도 배우자 흉을 보거나, 부부 성관계를 거부한다. 스포츠에 중독되거나 외도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 또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한다. 특히 배우자에게는 진정한 자기를 드러내도 괜찮을 정도의 관계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이 만족되지 못하면 사람들은 탈출구를 찾는다. 오 박사는 “당장 탈출구를 닫아야 한다. 부부끼리 서로의 상처를 보듬지 않으면, 결국 이혼 도장을 찍거나 이혼한 것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이혼’으로 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상처를 이해하라 배우자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결혼 생활의 필수 조건이다. 배우자가 부모로부터 꼭 받고자 했지만 받지 못했던 미해결과제를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배우자의 상처와 미해결과제를 알아차리는 순간 배우자를 이해하게 되고, 배우자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부부 갈등 치료에서 탁월한 임상 효과를 발휘한 ‘이마고 치료법’을 개발한 하빌 헨드릭스 박사는 그의 저서 <당신이 원하는 사랑 만들기>에서 부부는 대개 상처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말한다. 각종 부부상담 사례를 보면, 부부는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이나 관심, 각종 필요 등을 채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부모와 가장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와 닮은 사람을 선택해 과거에 받지 못한 욕구들과 같은 미해결 과제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는 비슷해도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형성된 방어기제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남녀가 부모와의 건강하지 못한 애착 형성이라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남편은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써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반대로 아내는 누군가에게 매우 집착하면서 매달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결혼 전에는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향에 끌린다. 그러나 결혼 뒤에는 부모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를 주는 상대방에게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며 비난하게 된다. 오 교수는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서로 협력하고 한팀이 되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도 잘 할 수 있다.

 
이중 메시지는 최악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는 부부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양육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갈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 문제로 싸우는 듯하지만, 사실 문제의 본질은 부부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부는 아이에게 이중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아이에게  “모든 일을 계획성 있게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어머니는  “계획을 너무 중시하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을 못한다.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에게 부모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아이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아이들은 너무나 혼란스러울 수 있고, 정서 불안이나 산만함, 경계성 장애 등 심리적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오 교수는 “부부가 아이를 낳기 전 서로의 상처를 다 꺼내놓고 서로를 이해한 뒤,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부부가 협력 관계가 돼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알아두면 좋은 ‘이마고 부부 대화법’

 

IMG_1832.jpg » 부부는 대개 상처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 행복한 부부는 서로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해하고, 협력 관계로 나아간다. 사진은 한국부부상담연구소가 주최한 <당신이 원하는 사랑 만들기>라는 부부워크샵에서 배우자에게 칭찬 퍼붓기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부부상담연구소 제공 이마고(IMAGO) 부부관계치료는 부부관계, 더 나아가 가족, 자녀관계, 인간 관계의 치료를 위해 하빌 헨드릭스 박사와 헬렌 헌트 박사 부부가 개발했다. 이혼을 결심했던 부부 10쌍 중 9쌍이 이마고 부부워크숍 참가 후에 부부관계가 회복되었다는 임상결과가 밝혀지면서, 미국의 인기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이 프로그램이 17회나 소개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제은 한국가족상담협회장(숭실대 상담심리전공 교수)이 아시아 최초로 국제공인 이마고 부부치료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오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부부 관계에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마고 치료법에서는 부부가 서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내면의 상처를 이해하기를 권한다. 이마고 부부 대화법은 크게 △반영하기(Mirroring) △인정하기(Validation) △공감하기(Empathy) 세 단계로 나뉜다. 한국부부상담연구소의 부부워크샵 워크북의 내용을 토대로 이마고 부부대화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반영하기을 통해서 우리는 말하는 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정확하게 듣는 법을 훈련하게 된다. 반영하기의 단계를 통해서 상대방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듣게 되고 논리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그 메시지를 2단계에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가 된 후라야 비로소 3단계인 공감을 할 수 있다.

 

1단계 반영하기에서는 상대방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그대로 반영하는 과정이다. 말한 사람이 말한 내용 (단어, 표현)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먼저 분명하고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거기에 대해 당신의 배우자가 말하려는 의도를 아주 조심해서 잘 듣고 그리고 배우자에게 정확하게 다시 반복해서 말해준다. 이 훈련은 전달자가 자신이 말하려는 내용과 생각과 감정, 느낌 등이 정확히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어지고 받아졌다고 확신될 때까지 계속된다. 받는 사람(Receiver)은 전달자가 ‘그렇다’라고 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세심히 잘 듣고 그대로 반복해주는 연습을 계속한다. 반영하기의 예는 다음과 같다.

 

아내: 나는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과연 오늘 부부세미나에 참석해서 잘 될까 하고 조금 걱정이 됐어요.

남편: 당신이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부부세미나에 가기보다는 그냥 집에 있고 싶은 기분 이었다는 말이죠, 내가 당신이 말한 것과 느낀 기분을 잘 이해했나요?

아내: 아뇨, 그런 게 아니구요.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부부세미나에 갈려는데, 과연 세미 나에서 우리 부부가 잘 될 수 있을까하고 걱정이 됐어요.     

 

2단계 인정하기는 자신의 관점이 아닌 상대방의 눈으로, 마치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듯이, 입장을 바꿔서 바라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나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거나 반대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내가 당신 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제가 당신의 말(입장)을 잘 이해했나요?”라고 확인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네, 이해했어요. 맞아요.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비로소 인정하기에 성공한 것이다. 

 

아내: 당신은 한 번도 제 시간에 집에 들어온 적이 없어요.

남편: 당신 말은 내가 한 번도 제 시간에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거죠. (반영하기가 이루어짐)

남편:  당신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되요. 왜냐하면, 내가 전화하면서 당신한테 바로 집으로 간다고 했으니까, 내가 말한 대로라면 늦어도 6시엔 집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7시가 다 되서도 내가 도착하지도 않고, 또 전화조차도 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하지요.

아내로부터 확증 ( “그 말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 이예요” 라는 말이 나올 때 까지)이 이루어질 때 까지 연습한다.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내가 당신 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제가 당신의 말(입장)을 잘 이해했나요?”  라고 확인해야 한다.

내: 네 이해했어요. 맞아요. 그 말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인정)

 

3단계 공감하기는 사람의 감정을 실제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동시에 깊은 단계의 대화 즉, 가슴과 가슴의 대화(Heart-to-Heart communication)이며 또한 나와 너의 깊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상호 간의 깊은 관계를 맺어주는 단계이다.  “당신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아요. 그 말을 들으니 당신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라고 상상하니 내 마음도 몹시 아파요.” 이 단계까지 도달하게 될 때 거기에 치유가 일어난다. 이 단계를 “상대방의 가슴에 들어가 앉았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서로가 “치유의 통로가 되었다”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서로의 깊은 마음을 알아주게 될 때 두 사람은 깊은 참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아내 : 내가 당신을 이해하고 보니 그 때,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답답했을까, 힘들었을까 상상이 되요. 당신이 그렇게 경험했을 때 그때 당신 심정이 어땠을까 상상이 되요.

남편 : 내가 전화도 하지 않고, 직장에서 늦게 집에 왔을 때, 당신이 얼마나 속상했을지, 그리고 나한테 당신 자신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으로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되고) 느꼈으리라고 상상이 되요. 그리고 당신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내 마음이 아파요.


도움말: 오제은 한국가족상담협회장(숭실대 상담심리전공 교수), <이마고 부부관계치료 이론과 실제>(릭 브라운 지음, 학지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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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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