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칙계산
아이들의 일상에서 사칙계산, 즉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로 볼 수 있는 상황들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나타나는 계산은 ‘더하기’이다.
•4년 7개월모처럼 할머니가 오셨다.“여자가 셋, 남자가 둘이네”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여자하고 남자하고 합쳐서 세 볼까?”하더니“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세고서는“다섯 명이네”라고 말한다.
‘더하기’를 할 때, 이미 알고 있는 ‘셋’에 연달아 ‘둘’을 세어, 즉 ‘셋, 넷, 다섯’이라고 세어 다섯 명임을 알아내면 시간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다. 이를 연달아 세기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아이는 그렇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이는, ‘셋’과 ‘둘’을 더한 값을 알기 위해, ‘셋’이라고 센 대상을 처음부터 다시 세어,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센다. 더하기를 연달아 세기로 효율적으로 하게 되기까지는 더 많은 연습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4년 7개월아빠가 빵을 사오셨다. 해님이가 좋아라한다. 잠깐 밖에 나간 누나 오면 같이 먹자고 하는데, 먼저 빨리 먹고 싶다고 한다. 봉지 안을 들여다보고는 몇 개인지 센다. 수세는 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아빠가“그럼, 누나랑 똑같이 나누어 먹어야해!”라고 말씀하자, 자기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서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한다.“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이렇게 하면 되지!”말을 마치고 손을 보니, 모두 8개의 손가락이 접혀 있다.
‘나누기’를 하였지만, 해님이가 ‘누나 4개, 나도 4개 먹는다’는 답까지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이가 쓴 방법은 나누기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빵을 똑같이 나누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두 명에게 한 개씩 똑같이 나누며, 이 행동을 빵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하는 것이다.
누나 몫
해님이 몫

나누기 중에서 아마도 가장 쉬운 것은 둘로 나누기, 즉 ‘□÷2’꼴일 것이다. 짝수 개의 양이 펼쳐져 있고 그것을 두 명이 나누어 가져야 하는 상황이면, 아이들은, 사과 한 개를 둘로 쪼개듯, 쉽게 전체 양을 두 모둠으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상황에서 빵들이 봉지 안에 담겨져 있어서 한눈에 전체 양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해님이는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이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해낸 것 같다. 만약 식탁 위에 펼쳐져 있었다면, 사과 한 개를 둘로 쪼개듯, 8개의 빵을 4개씩 두 모둠으로 나누었을지 모른다.
● 5년 3개월예산 수덕사 기념품 가게에서 태극무늬가 새겨진 야무진 부채를 샀다. 앞뒤로, 빨간색과 파란색, 다시 그 안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태극무늬가 있었다. 하루 종일 부채를 들고 다닌 아이는 수덕사에 가족여행 온 기념으로 꼭 보관할 거라고 스스로 다짐까지 한다.잠자리에서 부채를 다시 들고는 누워서 쳐다본다. 그러더니, "열 개"라고 한다. 뭐가 열 개냐고 물으니, 대답의 핵심은, 태극무늬 조각들이 앞에 2개, 3개, 뒤에 2개, 3개 있으니, 10개란다.그러더니, 손가락으로 해보자고 한다. 자기 손가락으로 2개, 3개를 펴고, 내 손가락도 2개, 3개를 폈다. 처음부터 세어보니 10개이다.아이가 다른 질문을 한다."다섯 개, 다섯 개면 어떻게 되지?"라고. 그런데 곧장 꿈나라로 간다.
곱셈은 같은 수가 반복되는 덧셈을 간단히 할 수 있게 하는 셈이다. 태극무늬 조각들이 앞에 2개, 3개, 뒤에 2개, 3개로 반복되는 상황을 곱셈으로 표현하자면, (2+3)×2인 것이다. 아이는 곱셈의 답을 구하기 위해 더하기를 한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자연수끼리의 곱셈은 모두 덧셈으로 해결할 수 있다.
● 5년 5개월꽃님이는 동생인 해님이에 비해 자기가 키가 잘 큰다면서"나는 왜 이렇게 잘 커?"라고 말하곤 한다. 자기는 세 살 때 더 많이 컸다는 말도 곧잘 한다. 오늘도 비슷한의 이야기를 하다가 ‘차이’에 대해 말한다.꽃님 : “나는 여섯 살이고 해님이는 세 살이니까, ‘넷, 다섯’해서 두 살 차이지".꽃님 : “나 다섯 살, 해님이 세 살이면, 한 살 차이겠네.”꽃님 : “나 네 살, 해님이 세 살이면, 빵(영) 살 차이겠네.”엄마 : “….”꽃님 : “나 세 살, 해님이 세 살이면, 쌍둥이겠네.”엄마 : “하하하! 그러면 쌍둥이야!”
꽃님이는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6살-3살 = 2살 (왜냐하면 6과 3 사이에는 4, 5가 있으니까)
5살-3살 = 1살( 왜냐하면 5와 3 사이에는 4가 있으니까)
4살-3살 = 0살( 왜냐하면, 4와 3 사이에는 자연수가 없으니까)
3살-3살 = 쌍둥이
꽃님이의 생각이 참 재밌다. 만약 자기 사과가 6개, 동생 사과가 3개 있는 상황이라면, 자기 사과가 3개 더 많다고 분명하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수 세기에 의존하여 차이를 구하였기 때문에 위의 생각이 나온 것 같다.
이 즈음에서 아이에게 “ ‘그게 아니야. 세 살과 세 살은 빵 살 차이, 세 살과 네 살은 한 살 차이’라고 말해주는 게 좋을까?” 잠깐 고민이 된다. 하지만 여섯 살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 만든 규칙을 이 시점에서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그 규칙을 생각해내게 한 여섯 살 아이 안의 오롯한 어떤 힘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스스로 차이를 제대로 구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 역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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