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어린이날의 행복지수는 얼마일까요?

이정희 2013. 05. 10
조회수 7852 추천수 0
20130509_2.jpg » 어린이날 서울대공원. 한겨레 자료 사진.

“내가 또 속았지! 작년에 그렇게 결심해 놓고, 이번에 다시 너희들을 데리고 외출한 것이 후회스럽다! 집에서 조용히 밀린 학습지나 하고 지낼 것이지, 외출한 내가 잘못이야! 내년 어린이날은 엄마가 절대 안 나올꺼야!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나오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 알았지~?!” 

9세 아들과 5세 딸. 엄마 아빠 할머니가 즐거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직장맘이라 평소 육아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를 모시고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가족 나들이의 귀가 길에 터져버린 엄마의 짜증 섞인 푸념입니다. 아빠는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흡족하지 않아서 이 날은 만큼은 온전하게 시간을 내려고 마음먹고 외출한 것입니다. 이것을 알아차린 아이들은 지상천국의 기분으로 천방지축 즐겁게 놀다가 엄마의 신경을 건드린 것입니다. 아이들과 “혼연일체” 되어 신나게 놀던 아빠조차 아내의 고함 소리에 갑자기 머쓱해 집니다. 잠시 후 두 아이는 훌쩍 훌쩍 울기 시작하다가 결국 외할머니에게 매달립니다.  

전체 과정 설명은 생략하더라도, 엄마의 이런 반응은 일상에서 흔한 풍경입니다. 물론 엄마 역시 참다가 ‘부처님이나 도인이 아닌 이상’,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혀 “훈육의 분노”를 터트린 것입니다. 어른의 이런 반응이 아이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것은 엄마 자신의 감정 표현으로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놀다가 절제 없이 흥분 상태로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린 아이들 뿐 아니라 초등생을 포함한 중학생들까지 어린이날의 가족 이벤트를 신나게 즐기고 싶어 합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한국 사회에 딱 한 가지 공통현상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아이들이 유아기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선행학습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한국은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린이 날 만큼은 모든 것에서 부터 완전한 해방이 보장된 날입니다. 평소 아이답게 실컷 놀아보지 못한 상태이므로 가족 나들이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게다가 맞벌이 가정에서 빠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빠하는 일상 분위기에서 엄마 아빠에게 푸근하게 기대지 못한 것을 아이들은 이런 기회에 한꺼번에 느끼고 싶어 합니다. 즉, 그 동안 밀린 부모와의 “질적 시간”을 채우고 싶은 욕구를 발산하기 위해서 입니다. 

취학 전까지 아이 성장에서 변하지 않는 몇 가지 양육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는 무엇보다 어른들과의 따뜻한 관계 맺음을 필요로 합니다. 아이들은 매일 매일 부모와 직접적인 접촉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연중행사로 어린이날의 이벤트성 외출이 아니라, 적어도 주말 마다 엄마 아빠와의 산책 시간을 더 좋아합니다. 다시 말해 아이는 소나기성 관심보다 평소 부모와의 시간을 양적, 질적으로 채워지길 원합니다.  

둘째, 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세상의 첫 번째 길안내자입니다. 생활에서 무엇이나 허용하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아이는 경계선을 명확하게 지어주기를 원합니다. 아이가 엄마 아빠를 화내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즉, 아이는 어디가 경계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것 뿐 입니다. 

결국 일상의 따뜻한 관계 맺음이 충분하지 못하면 아이는 엄마의 꾸중을 두려워합니다. 어른의 반응 때문에 하던 행동을 멈추는 것은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Q.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직장맘입니다. 만5,5세 큰 딸이 요즘 엄마 눈치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제가 그다지 엄격한 편도 아니고, 아이가 말 잘 듣는 편이라 시부모님과 양육 때문에 겪는 곤란 없이 무난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이가 갑자기 변한 것 같아요. 매사에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대해야할까요?

A. 아이가 말을 잘 듣는 것, 차분하게 행동하는 것, 조용하게 행동하는 것을 어른들은 선호 합니다. 물론 차분함과 조용함은 아이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지만, 생활 분위기가 너무 정돈되어 있고 절제를 요구하면 아이는 본연을 상실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몸을 통해 세상을 직접 행동으로 체험합니다. 생동감 있는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어느 정도의 산만함은 건강한  것입니다. 아이가 칭찬에 길들여져서 행동이 차분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건화된 행동 수정을 아이에게 요구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아이 행동에 대하여 잘못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말로 하는 잦은 칭찬과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은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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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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