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초등 1-2학년생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

이정희 2013. 04. 19
조회수 13474 추천수 0
20130416_05.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일반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와 최근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 내용이 교육 현실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 보입니다. “신학기를 맞이하여 지난주에 제 친구가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했어요. 학교 아이들이 귀엽고 예쁘냐고 묻더군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아이들은 없고 짐승들만 있단다!’ 친구가 놀라서 그 이유를 묻기에 저는 솔직하게 말했어요. ‘아이들이 귀여운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중에 책상위에 올라가 아래로 뒹굴기도 하고, 한 아이가 고함지르면 여기저기에서 고함으로 반응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아이가 거의 없으니 사람 같지가 않아~!’ 그래서 요즘 교사로서 누구 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몇 주 동안 틈만 나면 애들을 체육실로 데려가서 감각을 발달시키는 다양한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애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서 교사로서 좀 벅차지만 희망이 보여서 즐거워요!” 

이 학급의 아이들은 참 행운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현명한 처방을 내리고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기에 자녀가 학교 부적응 학생으로 분류되어 불안해하는 학부모도 의외로 많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초등학교 입학한지 이제 한 달이 지났는데, 신입 학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상담진료실을 찾는 사례가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봇물 터진 듯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3월말부터 4월초에 담임교사는 신학기 학부모 면담을 합니다. 교사는 학생의 수업태도를 부모에게 전달할 때, 자녀가 주의력 결핍증이나 과잉행동장애 (ADHD)의 경계 현상을 보인다고 하면 부모는 즉시 전문의와 치료실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사실 10년 전부터 아이들의 이런 증세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약 6만 명의 아동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게다가 소아 우울증, 학습장애, 자폐증을 포함하면, 실제로 유년기 환자의 수는 훨씬 더 많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보이는 소위 문제의 양상들은 다양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분류됩니다. 교사는 수업 태도를 보고 부산한 아이에게 우선 ‘주의산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도를 보다가 ‘주의력 결핍증’을 의심합니다. 아이의 이런 학습태도가 지속적으로 눈에 두드러지면 ‘과잉행동장애 (ADHD)의 경계선’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학부모에게 조기 진단과 치료를 권합니다. 그러나 이런 외적 관찰에서 출발한 어른들의 의견 제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되는 저학년 아이들의 다수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렇게 부산하고 주의 산만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의 태도를 보고 특정 증세를 단정하기보다 , 진정한 교육자의 눈으로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교육학에서 취학 아동이 갖추어야 하는 일반적 특징을 4가지로 정리합니다. 신체적, 인지적 특징과 동기 유발 능력, 그리고 사회적 태도에서 일정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학교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빠르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외관상 신체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인지적 특징으로써 언어 구사력이나 이해력이 빠릅니다. 그러나 사회성의 특징으로 불쾌한 것을 참고 견디는 능력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정작 큰 문제는 동기 유발 면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적고 주의력을 기울이고 집중하는 능력이 아이들에게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이것은 취학 전 선행 학습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아이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결론적으로 저학년 학생들이 보이는 주의 산만의 원인 제공은 유아기의 발달에 있습니다. 취학 후 학교 환경이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 일찍 준비시키는 것이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아이 마다 그 속도가 다른 취학 성숙을 인정하며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취학 성숙은 아이의 성장 발달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Q. 이 글의 도입부분에서 초등 2학년 담임교사가 체육실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있다는 확신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나요? 

A. 선생님의 교육관이 중요함을 반증하는 예시입니다. 학기 초 이 학급의 학생들 상태를 보고 교사가 부모들에게 주의 산만의 예들을 설명하고 주의력 결핍증에 가깝다고 말했다면, 아이들 모두 치료의 대상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달 상태를 파악하여, 이 시기에 맞는 처방을 찾은 것입니다. 초등 2학년생들 중에는 여전히 유아기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많이 움직여 주어야할 시기에 그렇지 못하면, 아이들은 정체된 것을 발산시키려고 합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다스릴 수 없고 자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가 체육실에서 신체를 다양하게 움직이는 활동을 유도하는 것은 정확한 처방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감각들, 무엇보다 움직임의 감각과 균형 감각을 촉진시키고, 또한 촉 감각을 활성화시키면 아이들은 저절로 내적 균형을 이루어 내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아기에 감각의 발달 기회를 잃어버린 채 취학하게 되면 아이들은 산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 테라피 또는 병원의 약물 치료 보다 일상에서 유아기 발달에서 놓쳐버린 감각들을 촉진시키는데 힘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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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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