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자석끼리는 끌리게 되어 있다

김영훈 2013.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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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_02.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아내가 임신을 하면 남편의 유대감의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올라가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떨어진다. 따라서 아빠의 성적 욕구는 억제되고, 공격성이 줄어들며, 공감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회로가 발달하는 것이다. 아빠가 이전보다 아기 울음소리를 예민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아빠의 뇌에서는 걱정의 영역인 이마대상겉질(ACC)과 뇌섬(insula)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아내의 임신 기간에 입덧이나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를 쿠바드 증후군이라고 한다. 남자에서 아빠로 거듭나서 태어날 아이를 양육할 준비를 뇌가 하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데구(Degu, 쥐목 데구과에 속하는 포유류)가 수컷과 암컷이 공동으로 새끼를 양육한다. 수컷이 새끼를 따듯하게 하고 털을 쓰다듬어 준다. 연구에 의하면 새끼 데구를 아빠 데구에게서 떼어 놓고 키우면 새끼 데구의 안와이마겉질과 체감각겉질의 시냅스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영역은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에 따른 보상 체계를 이해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데 관여하는 뇌이다. 이 연구는 아빠의 부재가 아이의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의 뇌과학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자녀의 언어 능력 역시 엄마보다 아빠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다고 한다. 자녀에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아빠를 둔 아이의 언어 능력은 아주 발달한 반면, 엄마가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아이의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아빠는 아이의 학업성취도에도 영향을 준다. 블라차드와 빌러의 연구에 의하면 아빠와 접촉이 많은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에서 상위권을 유지한다고 한다. 특히 아빠와의 상호 작용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뇌인 좌뇌 계발에 영향을 미치므로 유아기에 아빠의 부재를 경험한 아이는 수리 영역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성취동기가 낮다고 한다.

 

아빠는 아이와 유대감이 형성하여야 한다


아빠도 아이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애착의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은 아이가 아빠와 함께 방에 있다가 아빠가 자리를 뜨는 일상적인 상황을 기본으로 한다. 안정된 애착을 가진 아이는 잠시 후 아빠가 돌아오면 아빠가 정말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우는 얼굴로 아빠를 맞을지도 모른다. 운다고 하더라도 얼른 아빠에게 다가가 무릎 위나 팔 안으로 파고들거나 다리는 붙잡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달래고 진정시킨다. 그렇게 아이는 잠시 위안을 받은 후 다시 장난감과 방을 탐색하러 돌아간다.


하지만 아빠가 자리를 떠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도 거의 눈치를 못 채는 아이들도 있다. 얼핏 보면 무척 독립적이고 자기관리를 잘 하는 아이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무심함은 아이가 아빠에 대한 감정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자리를 뜨는 게 별 일 아니라는 듯 반응하는 아이들은 유대감이 약하거나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아빠가 사라졌을 때 장난감을 가지고 놀긴 해도 이들의 놀이는 강한 유대감을 지닌 아이들에 비해 상상력과 탐구력이 떨어진다. 아빠가 자리를 뜰 때는 슬퍼하다가 다시 돌아오면 화를 내거나 몹시 괴로워하는 행동도 불안정 애착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들은 아빠가 어디에 갔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상상력과 탐구심을 거의 발휘하지 않는다.


아빠와의 유대감이 강한지 약한지 여부는 아이가 아빠와 떨어져 있을 때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낄 때 아빠에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음껏 탐구 활동을 한다. 하지만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안전지대가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탐구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아빠의 유대감은 엄마의 유대감과는 다르다. 엄마는 임신을 통해 아이를 이미 10개월이나 뱃속에서 키워왔다. 엄마의 호르몬은 아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육 행동과 젖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아빠들도 호르몬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뇌를 흠뻑 적셔주는 엄마와는 다르다. 따라서 아빠들은 양육행동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의 도움 없이 부모 역할을 배워야만 한다. 예를 들어 걸음마 아이가 계단을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걸음마 아이는 처음에는 계단 앞에서 불안해 할 것이다. 이 때 아빠가 아이를 격려하여 불안감을 잊고 계단을 오르게 한다면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유대감이 형성되고 아빠를 안전한 본거지라 믿게 된다. 아빠의 유대감은 아이의 양육에 노출될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유유상종의 뇌


아빠와 아이의 유대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이어진다. 유대감에 관여하는 뇌시스템에는 인간옥시토신매개애착시스템(THOMAS)이 있다. 토마스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신뢰를 얻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은 욕구를 보일 때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화학물질을 내보내는 강력한 뇌회로다. 영국 센트럴 런던대학 하워드 스틸의 연구에 의하면 신생아 때 아빠와 자주 목욕한 아이는 커서도 친구를 잘 사귀는 등 사회성이 좋은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는 사회적 적응력이 떨어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빠와 함께 목욕한 경험이 없는 아이는 30%가 커서 친구를 사귀는데 심각한 문제를 겪었고 아빠와 1 주일에 34번 목욕한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경험한 수치가 3%에 불과했다. 특히 1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기 때 아빠와 목욕하지 않은 아이들은 상당수가 친한 친구가 없으며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 때 목욕을 통한 아빠의 신체적 접촉이 이처럼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인데 옥시토신은 따뜻한 온도에서 신체와 접촉할 때 분비가 촉진된다.


아이의 토마스가 건강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같이 할 때 음식과 물 등 생존에 중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의견이 자신의 것과 다를 때, 뇌는 더 효율적이고 훌륭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수정하려고 한다. 뇌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으면 나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훨씬 잘한다. 그리고 이런 유대감 편향은 하품이 전염되는 것처럼 웃음과 울음이 전염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은 낯선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에게 더 높아진다.

아이는 자기와 관련성이 높은 대상에 노출되었을 때 안쪽이마앞엽과 뒤쪽대상겉질이 더 크게 활성화된다. 아이의 뇌는 자기와 관련성이 높은 것을 접할 때 그것을 실재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아빠에게 신뢰를 얻고, 그 신뢰에 보답하고 싶은 욕구를 보일 때 옥시토신이 분비가 되면서 토마스가 활성화된다.

 

아이는 아빠에게 자석처럼 끌린다


인간의 뇌는 비교적 작은 집단과 친분을 맺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뇌과학자들은 그 숫자를 대략 150명으로 잡는다. 그 숫자를 넘어서면 인간은 선을 분명하게 긋고 누구에게 감정에너지를 쏟을지를 까다롭게 고른다. 바로 이런 뇌의 성향 때문에 근처에 살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지기도 한다.


심리학자 몰렌호스트에 따르면 사람마다 인맥의 크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인맥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7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교우 관계를 유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원래 인맥의 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단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어야 사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가 예전에 친구를 사귀었던 환경에서 다른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군을 중심으로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군이 더 친절하고, 도움이 되고, 너그럽고,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람들은 아군이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기 때문에 대우도 더 잘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아군의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싶어 한다.


아빠가 토마스를 자극하고 유대감을 키우려면 일단 아이의 아군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한다. 그냥 아빠의 고민이나 세상사는 이야기, 아빠에게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걸 먼저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빠가 실수한 이야기는 아이에게 큰 힘이 된다. 아이에 대한 어떤 위로의 말보다, 아빠가 젊었을 때 겪었던 실수담이 아이들을 아군으로 만들 것이다.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그저 곁에 함께 있으면서 아빠의 생각을 들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경험이 있었고, 이건 옳았으며, 저건 잘못됬다라고 솔직하게 말해보자. 아이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아빠의 경험과 지혜는 아이가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아이는 아빠와 아군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위적인 태도보다는 상호 존중과 신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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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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