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식 콩스프
한 겨울에 강의를 다니다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친 다리가 일을 놓지 못하고 계속 강행군을 했더니 급기야는 절뚝거릴 정도가 되었다. 평소에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강의를 해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몸이 아픈것은 마땅한 이유가 있는 법이려니 생각하고, 나는 과감하게 한달간 휴가를 내어 인도아쉬람 명상여행을 떠나왔다. 다리가 불편한 덕분에 돌아다니는 여행은 엄두조차 낼 수 없고, 꼼짝없이 하루종일 명상과 요가, 치유식으로 식사를 하며 갠지즈강가를 산책하는 정도의 단순한 나날들을 반복하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인도의 전통의학이자 치유철학인 아유르베다 전문의이자 이곳 대학의 교수로부터 개인클래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점이다. 우리는 매일 만나 한의학과 아유르베다의 우주와 자연,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토론하고 아유르베다 식이요법과 내가 진행하고 있는 한방채식테라피의 메뉴얼에 대해서도 비교검토해 보고 있다.
아유르베다(Ayurveda)란 '생활의 과학'이라는 뜻으로, 모든 치유의 근본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생활의 균형에 있다고 전제한다. 닥터가 가장 첫날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나는 한방에서 말하는 음양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이야기로 답했다. 아유르베다에서는 모든 음식을 세가지로 나눈다. 그중에서도 몸의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과 영적인 건강에 이로운 식단을 사트빅(Sattvic)식단이라고 한다. 사트빅식단에 포함되는 재료는 쌀과 통밀, 우유와 유제품, 콩과 견과류, 채소와 신선한 과일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소는 인간에게 먹히고 착취당하는 하등한 동물이 아니다. 소는 제2의 엄마로서 인간의 부족한 점을 메꾸어줄 수 있는 의지할만한 존재이자 영적으로 신성한 가족이다. 따라서 그들에게서 나오는 우유와 유제품은 가장 신성한 음식이며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는 필수적인 식재료가 된다. 나는 한국에서 완전채식인으로 살아왔지만, 인도에서 제공되는 사트빅식단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들의 삶의 균형과 질서를 배운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신성하게 대접받는 소들의 우유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 인도의 평범한 탈리식 식사. 사진 이현주.
오늘은 특별히 이곳에서 중요한 명절날이다. 힌두교의 성일이라 일컫는 오늘, 컬럼을 쓰기 위해 주방에 들렸더니 주방장이 내게 10분간 기도를 하라고 주문을 한다. 그가 차려놓은 주방의 성전앞에서 주문한대로 기도를 했더니 바쳤던 음식들을 내게 선물해주는 것이 아니던가? 제단에 바쳐진 음식은 특별한 요리가 아니라 매일 제공되는 평범한 탈리식 한끼 였다. 두장의 짜파티와 흰쌀밥, 콩스프에 야채, 빠니르라 불리우는 치즈,그리고 신선한 요구르트였다.
[기린의 채식레시피]
인도식 콩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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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물 6컵, 흰쌀1 1/2컵, 노란색 인도콩 1/2(없으면 우리나라 콩), 소금 1/2티스푼, 쿠민씨 1티스푼, 우유버터 1스푼
1. 끓는물에 쌀과 콩을 넣고 소금을 넣어 약불로 20분간 삶는다.
2. 작은 냄비에 꾸민씨를 넣은 우유버터를 넣고 끓인다.
3. 씨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 1에 섞는다.
4. 잘 저어가며 약 5분간 약불로 더 끓인다.
따뜻할 때 낸다.
나를 가르치고 있는 아유르베다 닥터에게 우유가 알러지와 소화장애를 일으키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유로 인한 대부분의 증상은 소들이 사육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항생제, 성장호르몬제의 과잉투여, 그리고 밀집사육환경의 비위생적인 조건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도 종종 독일로 강연을 떠나는데 그때는 우유나 유제품을 멀리한다고도 말했다. 인도인들의 식단에 자리잡은 통밀과 콩의 조화, 그리고 우유버터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단백질을 풍요롭게 섭취하는 방식은 참고할만한 것이 많다. 우리의 경우에는 현미와 콩을 기본으로 하면서 질좋은 두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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