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율 감소엔 담뱃값 인상이 필수”
명승권의 건강강좌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개정 법률안이 최근 국회에 발의된 뒤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담배소비세를 현재 641원에서 1169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에서 1146원으로, 지방교육세를 321원에서 585원으로 인상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이에 대해 경제학자 및 흡연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한 경제학자는 미국이 유럽보다 담뱃값이 싸고 규제도 적은데 낮은 흡연율을 보인다며 흡연율은 담뱃값과 관련이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낮은 흡연율은 흡연 반대론자들과 정부의 효과적인 캠페인 덕분에 담배의 해악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고자 한다면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효과적인 금연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제학자는 흡연율 감소를 위해 담뱃값 인상과 같은 징벌적인 수단을 써도 흡연자가 담배 가격에 다시 적응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지속적으로 금연할 때 기업에서 금연보너스를 주거나 은행에서 예금 금리를 더 높여주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금연 장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비가격정책 역시 중요한 금연정책이지만, 담뱃값 인상이 효과적이지 않다거나 부정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비가격정책으로는 흡연의 폐해와 금연의 이득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담배회사의 판촉과 광고의 규제, 담뱃갑의 흡연 경고문이나 질병사진 도입, 흡연구역 제한 및 금연구역 확대 등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주로 이 비가격정책을 추진해 왔다. 가격정책인 담뱃값 인상의 효과와 관련해 2006년 유럽의 52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담배 소비는 5~7%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크다. 물론 이와 반대로 미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년에 걸쳐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고소득층의 흡연율은 감소했으나 저소득층에서는 변화가 없었다는 보고도 2007년에 나온 바 있다.우리나라는 1970년대 성인남성 흡연율이 80%에 달했으나 담배의 해로움이 널리 알려지는 등 흡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가 확산되고 담뱃값이 오르면서 계속 감소했다. 특히 2004년 당시 담뱃값이 2000원에서 500원을 올린 뒤 흡연율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그 뒤로는 40%대에 머물고 있다. 담뱃값을 큰 폭으로 올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담뱃값을 두 배로 올릴 경우 담배소비량이 최대 50% 가까이 감소하고, 특히 19살 미만 청소년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봐도 2013년부터 담뱃값을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고 동시에 비가격정책도 강화하면 성인남성 흡연율을 약 3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나온다.정리하면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에 효과가 있으며 비가격정책과 같이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올린 담뱃세는 금연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흡연자 건강관리와 청소년의 흡연예방을 위한 금연사업에 써야 한다.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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