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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헌신의 대가로 자식 소유하려 해선…

2013.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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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희의 정신건강

얼마 전 이른바 ‘어머니를 살해한 고교생’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필자는 전문심리위원으로 위촉돼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했다. 피의자인 그 학생은 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속했으며, 비교적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어머니는 자식의 성적이 전국 상위에 오르도록 끊임없이 채근했다.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 살림에도 생활비를 아껴 아들에게 단기 조기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대부분의 인간관계 및 자신의 사회생활을 접고 오직 자식을 위해 자기 인생 전부를 바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신의 기대와 전혀 다른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어머니는 자식을 심하게 몰아치다가 충족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식이 자신의 인생을 막는 방해물이라고 푸념을 했다. 그래서 자식은 어머니가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인정해 주지도 않으며 오히려 미워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피해자인 어머니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동생들을 뒷바라지했음에도 남은 가족들로부터 자신의 그런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가족 안에서 방치된 느낌으로 자라면서 장차 어떻게 해서든지 남으로부터 인정받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한을 품은 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게 된 것이다. 그 뒤 자식을 자신의 한을 풀어줄 존재로 생각하고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결국 자식을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단지 어머니의 소유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그 어머니는 자기 인생을 바쳤다고 하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욕구 충족 대상일 뿐이었다.

건강한 뇌를 발달시키고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타고난 유전적 소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선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유익한 경험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유전적 소인마저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니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환경적 요인으로서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맑은 공기나 깨끗한 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인격 형성에 가장 소중한 환경은 ‘어머니의 양육태도’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어릴 때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어머니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또 겉으로 봐서 어머니가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잘 대해주기 때문에 마치 지극히 자신을 사랑하는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자라면서 실제 그런 헌신이 어머니의 집착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심정을 진정으로 공감해주지 않는 데 대해 좌절과 분노가 쌓이게 되고, 그런 경험이 자신의 뇌에 빠짐없이 저장된다. 이런 것들이 자신의 무의식이 돼 장차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다가 위와 같은 사고도 생긴다. 인간의 정신 환경에서 ‘부모의 양육태도’가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자녀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허찬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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